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왼쪽)가 2월 22일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예비심사 법정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재판관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 할 것을 선서하고 있다.
‘하느님의 종’ 214위에 대한 한국교회 차원의 시복재판이 시작됐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 이하 시복시성특위)는 2월 22일 오후 2시와 4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의 시복을 위한 법정인 예비심사를 마련했다.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예비심사는 근현대 순교자에 대한 첫 시복재판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예비심사는 조선 왕조 순교자에 대한 마지막 시복재판이 될 전망이다. 이들 하느님의 종 133위는,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에 들지 못한 조선시대 순교자들이다.
두 법정에서는 각각 청원인의 청원서 낭독과 임명장 제출에 이어 주교회의 사무처장 김준철 신부가 시성성 ‘교령’과 ‘장애 없음’ 공문을, 시복시성특위 위원장 유흥식 주교가 ‘안건 착수와 법정 구성 교령’을 각각 낭독했다. 또 직책자 선서와 서명, 청원인의 증인 명단 제출과 위원장 주교의 승인 등의 과정이 진행됐다
근현대 순교자 81위 시복재판의 재판관 대리에는 박선용 신부(서울대교구), 검찰관에는 이정주 신부(광주대교구), 공증관에는 시복시성특위 장후남씨가 임명됐다. 조선왕조 순교 133위 시복 소송에서는 박동균 신부(서울대교구)가 재판관 대리를, 최인각 신부(수원교구)와 시복시성특위 연숙진 간사가 각각 검찰관과 공증관을 맡았다.
향후 두 소송 모두 증인 심문과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하느님의 종 각각의 생애, 순교 사실, 순교 명성의 지속성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
시복시성특위 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는 6·25 한국전쟁 전후 공산당의 박해에도 영웅적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이라면서 “가해자인 공산정권이 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지혜로운 자세로 이들의 시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의 화해와 통일에 기여하는 시복 추진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주교는 조선왕조 순교자 133위에 관해 “이분들은 섬김과 나눔, 사랑과 용서의 삶으로 신분제 사회에서 몸소 평등한 형제애가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면서 “이들의 시복을 추진하면서 우리도 물질주의와 성장주의, 이기주의 등 개인주의적인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친교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