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바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문입니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김없는 내 마음이 글씨에 표출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글씨에 담긴 내 마음을 바라보며 많은 묵상을 하게 되지요』
계유년 원단(元旦) 서예가 경후당 김단희씨(요안나ㆍ서울 대치동본당)는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고린토 전서 13장 「사랑」에 관한 성서 구절을 한지위에 정성껏 써내려 간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람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늘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곤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지난날들을 반성하며 올 한해 틀림없이 「실천하는 사랑」을 지니고 살아가겠다는 굳은 다짐이 김씨의 힘찬 붓놀림에 서려 있다. 온 집 안 구석구석 배인 묵향과 대나무를 좋아하는 김씨는 글씨 쓰는 작업에 더욱 정진함으로써 마음의 도를 닦고, 세상의 권세나 개인적 욕심을 허물어뜨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그녀만의 사랑실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단 없이 글씨를 쓰면서도 30여 년간 조용히 침묵을 지켰던 김씨는 지난해 12월 3일~9일 서울 백악미술관에서 열린 「제1회 경후 김단희 서전」에서 자신이 가진 서예에 대한 사랑과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전시회는 출품된 35여 점이 모두 한글이었다는 점 그러나 기존의 것을 답습한 필세(筆勢)가 아니라 김씨 나름대로 한문의 필세를 한글에 적용시켜 힘 있고 강한 독특한 글세를 보여줬다는 점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국문을 쓰는 서예가들에게 뭔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국문도 대작으로 써서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과 매번 쓰였던 소재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발췌함으로써 더욱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미대를 졸업한 김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간간이 글의 내용에 맞는 색한지를 사용함으로써 국문의 단조로움을 탈피했을 뿐만 아니라 표구상에도 미적 감각을 살림으로써 서전(書展)의 새로운 이미지를 세웠다.
8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국전에 서예로 대상을 수상한 뒤부터 그림과 서예에 대한 갈등을 버리고 글씨 쓰는 일에 전념하게 된 김씨는 자신의 예술능력을 서예에 복합적으로 반영시키고 있다. 김씨는 「국한서예」를 저술, 이조시대부터 쓰여왔던 국문의 정자나 흘림을 새롭게 체계화하고 정립시킨 일종 김충현 선생의 딸이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자신만의 서예세계를 구축했다. 독학의 길을 걸으면서도 잠시 아버지에게 질문을 드려보면 어김없이 『벙어리같이 공부해라』는 엄한 꾸중이 내려왔었다. 이것이 지금의 김단희씨가 있게 된 좋은 밑바탕이 됐다.
『앞으로 저 나름대로 한글 글세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실험이 과제로 남습니다. 지금까지 글씨를 써오면서 많은 은총을 주신 주님 앞에 향기를 내뿜는 꽃다발로서 저의 겸허한 글씨를 바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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