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구산성당, 원형 그대로 새 부지에 이전
개발로 철거 위기 겪으면서
역사·가치 보존키로 결정
1월 말 드잡이 공사 완료
220m 이동… 6~7억 소요

1월 18일 구산성당에서 원형보존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수원교구 구산본당(주임 김봉기 신부)이 220m 가량 떨어진 새 성당 부지에 옛 성당을 통째로 옮겼다.
구산성당 원형보존 이전공사를 맡고 있는 새한티엠은 1월 말 구산성당을 새 성당 부지로 옮기는 드잡이 공사를 완료했다. 드잡이 공사는 완성된 건축물을 해체하지 않고 옮기는 작업으로 전통 목조 건물 등에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60년이나 된 콘크리트 건축물을 드잡이로 옮긴 것은 국내에서 구산본당이 처음이다.
면적 약 200m² 규모의 구산성당은 1956년 구산 교우촌 신자들이 직접 손으로 쌓아올린 성당이다. 6·25전쟁을 딛고 일어나 하느님을 찬양할 집을 세우고자 한 신자들의 염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곳은 공소 강당으로 사용되다, 1979년 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된 이후에도 본당의 성당으로 사용돼왔다.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하남시 미사지구 보금자리주택사업계획 시범지구에 구산성당 부지가 포함되면서 성당은 철거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본당은 성당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신축에 비해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구산 교우촌의 역사와 신자들의 추억이 담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상징성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또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문화재 건축·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성당이 오래된 건물인 만큼, 드잡이 공사에 더욱 만전을 기했다. 우선 성당이 이동 중 파손되거나 휘지 않도록 내·외부 벽면과 바닥을 H빔으로 보강·지탱하고 롤러바퀴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건물에 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와이어와 도르래, 6개의 모터를 활용해 하루 최대 12m가량 이동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시공사인 티엠새한은 이 작업을 위해, 이축기술을 연구하고 이축경험이 많은 해외전문회사의 도움을 받아 기술을 검토하기도 했다.
성당에 설치한 보강재의 제거와 분리한 종탑 재설치, 이동 중 훼손된 벽체 보강 등의 마무리 작업은 콘크리트 공사가 가능한 3월 중순 시작한다. 4월 경에는 이 공정도 완료해, 새 성당 부지에 옛 모습 그대로 이전한 성당을 만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본당은 성당 부지 구입과 새 성당 건축 준비에 더해, 본당 성당 원형 이전 공사에 소요된 6~7억 원 가량의 비용 부담을 숙제로 안고 있다. 구산본당이 신자 수가 적은 시골본당이었던 만큼, 모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성당 원형 이전을 지지하는 이들의 후원으로 1억 7000만 원 가량의 기금이 모였지만, 공사 총 금액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문의 031-792-4631 구산본당, 후원계좌 신협 131-018-563601 구산성당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