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당5동본당 신자들의 특별한 성모님 사랑
“성모님께 쓴 편지로 공동체 일치와 신앙 성숙 이뤄요”
4년 동안 나눴던 편지글 한데 모아
「성모님, 오늘도 함께해 주세요」 펴내
인생의 길목마다 고난투성이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에 허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모든 시간, 성모님은 늘 내 곁에 계셨다. 서울 사당5동본당(주임 권태형 신부) 신자들이 한목소리로 전한 고백이다.
본당 신자들은 매달 첫 토요일마다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했다. 2012년 6월부터는 본당 주임 권태형 신부의 권고로 한 사람씩 자발적으로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썼다. 미사에 참례한 이들 앞에서 편지글을 읽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이면 읽는 이들도 듣는 이들도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다.
평소 엄마를 무시하고, 심지어는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성모님을 통해 전구를 시작하게 된 딸의 고백. 다운증후군 아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엄마의 전구. 집 나간 남편을 용서할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빈 아내의 기도. 간질을 앓으면서 생긴 열등의식을 떨쳐낼 힘을 얻은 가장의 묵상….

「성모님, 오늘도 함께해 주세요」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서울 사당5동본당 신자들이 지난해 12월 18일 책 봉헌 미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당5동본당 제공
편지글을 읽을 때면 으레 ‘그런 일도 겪었구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도 그랬는데’ 등등의 ‘공감’이 이어졌다. 이웃 신자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니,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다.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고, 서로를 더욱 배려하고, 더욱 사랑하게 됐다. 무엇보다 왜 성모 마리아께 전구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고.
남다른 ‘글빨’을 갖춘 이들이 쓴 편지글이 아니었다. 70대 할머니도, 50대 중년남성도, 신앙을 가진 지 얼마 안 되는 60대 늦깎이 신자도 그저 성모님을 사랑하는 평범한 이웃일 뿐이었다. 가톨릭출판사는 이들이 2012년 6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나눴던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성모님, 오늘도 함께해 주세요」(200쪽/1만원/가톨릭출판사/02-6365-1854)라는 제목이었다. 고연심(아녜스) 외 49명의 신자들이 공동 저자로 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교회에서는 이례적인 결실이었다.
본당 주임 권태형 신부는 “인생의 중요한 길목에서 성모님을 만난 소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모님께선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밝혀 주셨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성모님을 사랑하는 우리 교우들의 마음을 독자들도 책을 통해 느끼고 우리 삶에서 늘 함께하시는 성모님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권했다.
4~5분이면 읽어 내려갈 편지였지만, 그 한 줄 한 줄엔 수십 년간의 삶과 수십 년간의 기도가 녹아들어 있었다. 신자들은 글을 쓰는 그 과정에서도 더 큰 내면의 정화를 체험했다고 말한다. ‘함께 모여 함께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뜻에, 성모님의 전구에 맡겨드리는 체험도 깊이 했다고 입을 모은다.
오늘도 사당5동본당 신자들은 묵주알 굴리는 것을 무기 삼아 하루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골인 지점에서 성모님께서 박수를 쳐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한다.
“성모님, 오늘도 함께해 주세요.”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