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세월 동안 교회에 몸을 담은 한 평범한 사제의 성찰과 고백을 담았습니다. 교회와 사회에 대한 단순한 비난이나 힐난이 아닌, 사랑에서 나온 충정이라고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인천 지역 노동운동가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며 ‘노동자 신부’라고도 불렸던 호인수 신부. 교회와 사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그가 그동안 쓴 글을 모은 「또 다른 사랑법」(312쪽/1만6000원/분도출판사)을 펴냈다.
「또 다른 사랑법」은 호 신부가 지난 1995년부터 가톨릭신문과 생활성서, 인터넷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등을 비롯해 한겨레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나눈 글을 한데 묶은 책이다. 사제로서의 삶과 이웃과의 만남, 교회와 사회에 대한 걱정과 따끔한 충고들이 담겨 있다.
호 신부는 “사목 일선에서 은퇴하면서 후배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동안 여기저기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책을 냈지만, 우리 사회나 교회가 달라진 게 없으니 요새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호 신부는 교회의 사회 참여를 적극 옹호한다. 정권이 저지르는 부조리에 대응하는 목소리를 내고, 교회는 침묵하지 말고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각종 기고 글을 통해 환경 파괴와 변질된 신앙, 세월호 참사, 사제로서 근원적인 물음, 교회의 크고 작은 부패상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한 이런 글들에 대해 혹자들은 ‘어떻게 신부가 돼서 이런 말을 하느냐?’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과 시정요구를 모두 교회와 사회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또 다른 사랑법’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사랑법」은 호 신부가 교회와 사회에 던진 물음과 느낀 분노,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를 통해 한 사제로서 그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았는지 알 수 있도록 돕는다. 항상 열심히 고민하면서 살아온 호 신부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도 찾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호 신부가 도심 변두리, 산간벽지, 도서 지방의 크고 작은 성당에서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이 녹아들어 있다.
1976년 사제품을 받은 호 신부는 인천 주안1동본당 보좌신부로 사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고잔, 부평4동, 주안5동, 백령도, 김포, 제물포, 간석2동, 덕적도, 고강동본당 주임 등을 거쳤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우리신학연구소 설립의 주축으로 초대 이사장을 지내는 등 진보적인 평신도 신학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또 1984년엔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1987), 「백령도」(1991), 「목련이 질 때」(2016) 등 세 권의 시집도 냈다.
호 신부는 지난해 12월 31일, 본당 사제로서 지내온 40여 년의 여정을 마감하고, 원로사목자의 길에 들어섰다. 호 신부는 은퇴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순명은 분명히 덕입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 시키는 대로 따르는 복종은 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이끄는 것. 바로 호 신부가 바라는 ‘또 다른 사랑법’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