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도 훌쩍 지난 공의회의 문헌들을 왜 다시 공부해야 하는가? 도대체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선포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선, 우리는 현대 가톨릭교회를 형성한 가르침들이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자주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로마 그레고리안대학교 교의신학 교수로서, 10여 년 이상 공의회의 교회론에 대한 깊이 있는 강의를 해온 다리오 비탈리 신부는 새로운 시대를 맞은 교회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공의회의 교회론을 탐구해 책으로 펴냈다.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제목으로 낸 이 책에서 비탈리 신부는 공의회 문헌들, 특별히 ‘대헌장’(magna carta)이라고 불리는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Lumen Gentium, 이하 교회 헌장)의 역사를 해설하고 그 수용 방안 등을 제시한다.
비탈리 신부는 오늘날 가톨릭교회 안에서 발견되는 모습들을 보면, 공의회가 “실제 교회 삶의 ‘터전들’과는 동떨어진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목 현장에서는 공의회가 “교회 생활과 관련 없는, ‘어떤 외부적인 사건’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공의회가 열린 지 50년 이상 지났지만, 그 가르침은 교회 안에 적용되고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탈리 신부는 “모든 세례 받은 자들이 하느님 백성으로서 누리는 위치와 조건의 동등함을 가장 중심에 놓은” 교회론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비탈리 신부의 저서를 우리말로 번역한 서한석 신부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만일 어떤 주임 신부가 아직까지 성직자 중심주의를 표방하며, 본당에서 신자들 위에 왕처럼 군림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신자들만 골라서 만나는 일종의 ‘특수사목’을 펼친다면 … 그 본당 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살고 있지 않음에 틀림없다.”
비탈리 신부는 이 책을 통해, 공의회 교회론에 대한 탐구에서부터 문헌 본문의 해석과 편집 과정 전체를 점검했다. 구체적으로 공의회 이전의 교회론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먼저 묻고, 거기에서 출발해 ‘교회 헌장’이 얼마나 어려운 편집 과정을 거쳤는지, 그래서 완성된 최종 본문이 공의회 이후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밀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