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의 그리스도교회는 이를 ‘기념’하고 ‘기억’하는 한편,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소명인 ‘일치’를 위해 꾸준히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지는 종교개혁 500주년과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1월 18~25일)을 맞이해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에 몸담고 있는 신학자들을 초청해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이번 대담에는 한국 신앙과 직제위원회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송용민 신부(가톨릭)와 박태식 신부(성공회)가 나섰다.
송용민 신부는 대담에서 “가톨릭교회는 종교 개혁을 부당하게 폄하하거나, 가톨릭 신앙의 정당함을 옹호하기 위해 지내온 500년의 시간을 성찰해야 한다”면서 “종교 개혁을 단순히 가톨릭교회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신앙을 제도나 형식에 앞서 하느님과 맺는 개인적인 신뢰와 인격적 관계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단순히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톨릭교회가 그리스도의 참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송 신부는 또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분열의 상처를 딛고, 갈라진 형제들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동질감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박태식 신부도 “종교개혁 500주년, 이 시기는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 할 것 없이 모든 그리스도교들에게 중대한 ‘도전의 시대’”라면서 “특히 개신교 교단들은 종교개혁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517년 10월 31일, 당시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수사 신부였던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95개 조의 반박문’을 붙이면서 종교개혁이 촉발됐다. 이 종교개혁으로 인해 이른바 철옹성 같았던 로마 가톨릭교회의 권위는 무너졌고, 이후 수많은 개신교 교단들이 갈라져 나왔다. 500년이 흐른 현재, 전 세계교회는 다시 일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신부는 “‘일치’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며,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대화’와 ‘고정된 멤버십’에 기초한 진정한 일치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송 신부도 일치운동 활성화를 위해 “성직자가 이끄는 일치운동뿐 아니라 평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풀뿌리’ 일치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신부는 “인간관계 속에서 개신교 신자들을 만나, 교리적 논쟁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의 기쁨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삶의 대화는 교리적 논쟁을 넘어 우리 교회에도 일치의 씨앗을 뿌리는 작은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