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담론 등에 비하면, 근대 미담들은 투박하고 단순하고 때로는 유치하다는 인상도 준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읽다 보면 세월의 두께를 건너 다가오는 빛이 있다”면서 “그것은 바로 신앙의 자유는 얻었을지언정 국가를 잃고 식민지 백성의 종교인으로 살아야 했던, 당시 신자들의 애환과 지향으로 밝힌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 책에 실은 ‘천주교 미담’들은 “종교적 상징일 뿐 아니라 문학적인 수사를 통해 창작되고 향유된 ‘또 다른 박해기’의 신앙 표현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선교사들은 이 땅에서 ‘죽지 않고’ 선교할 만큼의 자유만을 얻었을 뿐이었다. 신자들도 단지 성당에서 기도할 수 있을 만큼의 자유만을 얻었다. 당시 교회는 사회비판적이었던 「경향신문」 대신 종교지로서 「경향잡지」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지만, 통제와 검열을 모두 피해가긴 어려웠다. 일제강점기는 신앙이 깊을수록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고난의 시기였던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한 시대에 쓰고 또 읽힌 천주교 미담들은, 당시 신자들의 도피처이자 은닉처가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는 신앙의 박해기와 국가의 식민화를 겪으면서 서구와는 다른 차원에서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교회가 써야할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요. 그것은 권력자보다는 약하고 선한 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천주교 미담은 신자들에게 뿐 아니라, 한국 근대문학 연구자들에게도 중요한 담론이다. ‘종교담’ 역시 특정 종교에 대한 글이라는 가치 뿐 아니라, 문학과 종교, 문학과 사상 등과 연계해 한 지역 공동체가 생산한 담론이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원문에 충실하되, 현대 한국인들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옮기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아 각 미담들을 다듬어냈다. 각 미담마다 간략한 해설을 덧붙였을 뿐 아니라, 단어 설명과 관련 교리해설도 실었다. 2부에서는 천주교 미담의 등장과 전개에 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학술적 논의도 펼쳐냈다. 덕분에 이 책은 천주교 미담 작품 자료집이면서, 해설을 겸한 주석서이자 연구서의 면모 또한 충실히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