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사형폐지위 세미나
“사법제도, 범죄자 처벌보다 피해자 회복에 초점 맞춰야”
‘회복적 사법’ 제도 필요성 강조
생명 문화 확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연구·투자 이뤄져야
사형제 폐지를 통해 우리 사회에 생명 문화를 확산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범죄 피해 회복을 위한 ‘회복적 사법’ 제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형태, 이하 사형폐지위)가 12월 14일 오후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카페 다리에서 연 사형폐지 세미나에서 나왔다.
‘회복적 사법’이란 범죄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형사 사법 체계의 틀에서 벗어나 범죄 피해자의 권리 신장과 피해 회복에 초점을 맞춰 범죄자와 피해자, 지역사회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제도다. 형사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범죄로 인해 상실된 인간성의 회복에 사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범죄 피해자가 재판과정에 참여해 증거도 제출하고 직접 의견도 내는 등 회복적 형사사법 절차에 참여할 경우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회복적 사법 절차를 통해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원만하게 사회 복귀가 이뤄질 때 범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수(토마스 아퀴나스) 교수(숙명여대 법대)는 ‘사형제도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진정한 청산은 모든 문제를 극복하는 것인데 사형제는 죽임으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고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사형은 가장 손쉬우면서도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방법”이라고 밝히고 “형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 회복적 사법 절차를 통해 범죄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초점을 맞춘 노력이 실제 교회의 피해자사목에서 적잖은 결실을 거두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지난 2006년 11월부터 지원해오고 있는 범죄 피해자 가족모임 ‘해밀’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 출소자들과 피해자 가족의 자립을 도모하기 위해 창립한 무담보대출은행 ‘기쁨과희망은행’은 교정사목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대건 안드레아)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제도적 차원이 아직 국제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회복적 사법’ 제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뤄질 때 우리 사회가 생명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