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조선인을 버렸습니다. 그런데 조선인은 마지막까지 인간의 길을 걸었구나, 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지난 9월, 작가 한수산(요한 크리소스토모) 씨는 한 신문사가 마련한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 혼자서는 어찌 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역사 속에서 부서져 간 사람들을 위해, 한 작가는 일제의 강제 징용과 나가사키 피폭 문제를 다룬 「군함도」(전 2권, 1권 484쪽, 2권 476쪽/각권 1만 4000원/창비)를 썼다.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일본인들은 조선말을 하는 부상자들은 들것에 싣고 가다가도 버렸다. 하지만 징용된 조선인들은 그 와중에 산 사람을 죽은 사람에게서 구분했고, 다시 산 사람을 병원에 갈 사람과 집에 갈 사람으로 구분했다. 그 이야기들을 복원하는 것은, 한 작가에겐 소명으로 다가왔다.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로 불리운 섬, 하시마(瑞島). 일제강점기, 일본 내에서도 죽음 같은 노동으로 악명 높았던 하시마 조선인 강제 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의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했다.
한 작가는 1988년 일본 체류 중 동경의 한 서점에서 오까 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한 뒤, 그 비참한 역사를 소설로 복원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의 무대인 하시마를 비롯한 일본 전역, 그리고 원폭 실험 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를 취재하고, 수많은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15년여의 집필 과정을 거쳐 2003년 「까마귀」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발간했다.
이번에 펴낸 「군함도」는 전작을 대폭 수정하고 원고를 새로 추가해 3500매 분량으로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 인물들의 출신과 배경 등을 새롭게 설정했다. 원폭 투하의 배경과 실상도 전면 수정,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추구했다. 특히 작가는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의 복원 뿐만 아니라, 고난을 겪은 조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면모를 생동감 있게 살리는 데에도 큰 공을 들였다.
무려 30여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이 문제에 매달려 온 한 작가는 여전히 남은 많은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간곡한 바람을 전한다. “‘과거의 진실’에 눈 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딘다면,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후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각성과 성찰을 시작하신다면,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