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가정사목위 세미나「사랑의 기쁨」 실천 위한 ‘사목적 쇄신’ 방안 요청
사목 구조·운영 방식 문제 지적
‘사랑과 자비’의 교회 자세 강조
지속적인 평신도 양성 위한 ‘새로운 직무 형태’ 고찰 제언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을 한국교회 사목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직자 중심의 권위주의적인 제도와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가정사목을 보다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평신도 양성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 같은 의견들은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가 12월 12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연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과 한국천주교회의 가정사목’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세미나에서 최현순 연구원(서강대 신학연구소)은 “교회는 더 이상 고압적 자세로 교리를 가르치려는 방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처지에 동감하고 동반하는 사랑과 자비의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민택 신부는 이 발제에 대한 논평을 통해,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할 것은 사목 현실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고 조언했다. “교회 제도와 그 운영 방식이 권위주의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아무리 좋은 제안이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후 한국교회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달라지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도 별로 없다”고도 평가하고, 이는 사목 구조와 운영 방식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 신부는 “관리와 행사 중심의 사목, 업적 위주의 사목방문 시스템 등이 사람 중심, 양성 중심, 신앙 전수 중심으로 결정적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또한 신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식이 그 근본에서부터 변화하지 않는다면, 교황의 권고는 또 다른 행사의 결과물로 남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강영목 신부(대구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 담당)도 “성숙된 그리스도인 양성을 위해서는 수직에서 수평으로,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복음화하기에서 복음화되기가 요청된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고유한 역할들이 어느 한편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지거나 분열된 구조에서는 올바른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가정사목에서 평신도들의 다양한 도움과 양성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직자 중심주의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직무의 형태’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세미나 발제자와 논평자들은 ‘사목적 쇄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자비’는, 가정사목 분야만이 아니라 교회 모든 활동에 적용해야할 사목적 원리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고를 통해 강조하는 ‘사목적 배려’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한국교회 가정사목이 변화해야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가정사목위는 보편교회 사목 방향과 한국교회 안팎의 현실을 고려, 보다 적극적으로 사목적 대안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다양한 세미나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와 공동으로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성사생활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공유한 바 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