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종교평화협의회 ‘바티칸시국이 고려에 보낸 최초 서신이 가지는 의미’ 심포지엄
서신의 진정성 확인… 내용 해석은 객관적 연구 추가돼야
1333년 요한 22세 교황 서한
바티칸 비밀문서고에서 발견
고려에 보냈는지 여부 불분명

세계종교평화협의회가 12월 2일 전주도시혁신센터에서 마련한 ‘바티칸시국이 고려에 보낸 최초의 서신이 가지는 의미’ 주제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약정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관영 전주지사장
교황청이 최초로 우리나라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서신을 둘러싼 궁금증들을 풀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세계종교평화협의회(회장 백남운 목사)는 12월 2일 오후 3시 전주도시혁신센터 다울마당에서 ‘바티칸시국이 고려에 보낸 최초의 서신이 가지는 의미’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요한 22세 교황이 1333년 10월 1일 프랑스 아비뇽에서 고려에 보낸 서신으로 추정되는 문서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바티칸 비밀문서고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의 발견 경위 발표로 시작됐다.
세계종교평화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세계 종교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플라이아니 박사가 바티칸 비밀문서고에 보관 중이던 이 문서를 방문자들에게 보여주면서 국내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즉시 일부 학자들은 교황청이 한국땅에 보낸 최초의 서신으로 판단하면서 고려에 이미 그리스도인들이 있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안봉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와 서원모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가 심포지엄에서 번역대조한 서신 내용을 보면 “고려의 왕이 오래 전부터 있던 이들이든 새로 온 이들이든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예우해 주고 친절하게 대해 준 일을 기쁘게 들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의 라틴어 원문에서 ‘Corum’과 ‘Regi’가 과연 한국 역사에 등장하는 고려와 1333년 당시의 고려왕(충숙왕)을 뜻하는지 여부가 이번 심포지엄의 중요 논의 대상이었다.
조광(이냐시오)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바티칸 비밀문서고에서 발견된 ‘서신의 진정성’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서 ‘서신의 진정성’은 문서가 위조, 변조되지 않고 작성 연대, 서명 등이 진실되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서신의 진정성은 인정하지만 내용 해석은 객관적으로 접근해 확대해석 가능성을 피해야 한다”며 “고려사에는 이슬람에 대한 기록은 있어도 그리스도인에 대한 기록은 찾기 힘들다”고 경계했다. 구체적으로 “라틴어 Corum이 고려를 뜻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고 Regi 역시 고려의 왕이 아닌 다른 부족의 왕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계종교평화협의회는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와 서신에 대한 고증작업과 병행해 이 서신 외에 또 다른 서신의 존재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박지순 기자·이관영 전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