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가끔 사는 게 뭔가 싶고, 괜히 억울하고, 나만 이런 건가 싶을 때….” “여기 그런 사람 한 명 추가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덥석 옆에 와 앉는다. 어떤 말을 하든 귀기울여주고, 맞장구도 치고, 조언도 해준다. 마이크를 건네줘 큰 소리로 말할 수 있게 해준다. 또 함께 웃는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면서.
방송인 김제동(프란치스코·43)씨의 최근 행보다. 그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토크콘서트를 통해 한 달에 평균 5000명, 많을 때는 2만 명까지도 만난다. 그래도 ‘마이크’를 통해서는 다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첫 번째 ‘공감 에세이’ 「그럴 때 있으시죠?」(352쪽/1만5800원/나무의마음)에 담아냈다.
이 책은 ‘방송인’ 김제동이 아닌 ‘인간’ 김제동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고백서이자, 만나는 이들에게 전하는 안부 인사다.
“저도 가끔 그럴 때 있는데, 여러분도 그럴 때 있으시죠?”
그의 안부 인사는 한마디로 ‘공감’이다.
김씨는 무대가 아닌 객석으로 파고들어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이크를 건네왔다. 사회자와 청중 간 거리를 만들지도 않는다. 덕분에 그와 함께 있으면 객석은 아예 무대가 된다. 그는 누구나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끌고, 함께 웃고, 함께 운다. 그러다 보면 공감이 일어나고, 위로가 생겨나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김제동의 힘이다.
“들리지 않는 울음을 들어주는 일, 주목받지 못하는 울음에 주목해주는 일, 누군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것, 저는 그게 삶의 품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책을 통해서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가족사, 아직도 생생하게 느끼는 이별의 고통, 노제에서 사회를 본 후 방송에서 줄줄이 하차하게 된 경험 등, 자신만의 내밀한 이야기를 그냥 ‘툭’ 던지듯 풀어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른 이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볍게 털어놓을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책은 ‘그럴 때 있으시죠?’, ‘우리가 보이기는 합니까?’, ‘우리 이렇게 살 수 있는데’ 등 총 3부로 구성했다. 각 부에서는 ‘꼭 F 주세요. 주님 뵙게 해드릴 테니’, ‘권력자, 당신들 이름 뜻 아니?’, ‘꼴지를 해도 괜찮은 사회’, ‘정말이지, 통일은 대박’ 등의 제목이 붙은 에세이 74편을 만날 수 있다.
나아가 김씨는 “내가 아플 때 누군가는 내 옆에 있을 줄 것이라는 믿음, 그거야말로 세상을 살 만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김씨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했고, 사드 배치 반대 연설에도 나섰다. 상식적인 행동을 하고서도 각종 논쟁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는 “강자를 조롱하는 것은 풍자이고, 약자를 조롱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말하며 패기와 유머로 맞섰다.
그리고 오늘도 이웃들을 위해 불을 켜고 마이크를 들고 나선다.
“누군가 어두운 길을 걷다가 위험에 빠져 소리를 질렀을 때, 그 동네 집들 창문에 불만 켜져도 범인이 도망간답니다. ‘무슨 일이야?’하고 직접 나와서 싸우지 않아도, ‘여기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려줘도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하네요.”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