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료 목록화 작업 10년간의 대장정 ‘첫 발’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추진위’ 학술 발표회 개최
1784~1962년 자료 대상으로
표준화된 분류 체계·DB 구축
신앙유산 보존·관리 소홀 반성
한국교회 사료 목록화 사업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준철 신부, 이하 위원회)는 10월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 학술 발표회’를 마련, 한국교회의 사료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사업 추진 방향을 모색했다.
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해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2017년부터 10년에 걸쳐 교회 사료 목록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목록화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가 설립된 1784년부터 본격적으로 교계 제도를 갖춘 1962년까지의 교회 사료들이다.
‘사료 목록화 사업’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교회사 사료들을 조사해 보존, 정리 상태 등을 확인하고, 표준화된 분류 체계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을 기반으로 통합 검색 서비스는 물론 원사료까지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학술 발표회는 향후 10년간 이어질 교회 사료 목록화 과업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위원회는 학술 발표회에 이어, 11월 22일 전국의 교회사 연구소 책임자와 실무자들은 물론 교회사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는 수도회 관계자들도 참석하는 모임을 연다. 이 자리에서는 사료 목록화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청취하고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학술 발표회는 총 4개 주제 발표와 각각의 발제에 대한 논평으로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우선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역사 자료와 신앙 유산들을 보존, 관리하는 데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사료 목록화 사업의 성패는 사료와 신앙 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좌우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 천주교 사료 관리 현황-전주교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첫 주제발표를 한 이영춘 신부(호남교회사연구소장)는 오래 된 한옥 공소를 교회사적 검토 없이 철거하려던 예를 들며, “처음부터 신앙유산을 소중히 생각하고 관심을 가졌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진 소장(양업교회사연구소)은 ‘한국 천주교의 사료 분류 체계와 통합 관리 방안을 위한 기초 연구’를 주제로 발표하고, 이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교회의 모든 교구청 문서고, 연구소, 도서관, 박물관, 크고 작은 사료 소장처 등의 협조와 적극적인 참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익한 교수(명지대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역시 ‘한국 교회사 아카이브 시스템의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오늘날 아카이브 시스템은 디지털화를 전제로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사 자료 시스템은 ▲분산과 통합의 균형을 지향하는 네트워크 시스템 ▲상세 기술과 해제 등을 포함하는 지식 전달 시스템 ▲공유를 극대화하는 디지털 콘텐츠 시스템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제발표에 관한 논평은 여진천 신부(원주교구 문화영성연구소장), 이상호 박사(한국국학진흥원),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서종태 교수(전주대학교)가 각각 맡았다. 또 학술 발표회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사료 관리 현황에 대한 시연회도 진행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