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노력한 끝에 4개 국어로 신약성경을 필사한 김상철씨
“성경을 필사하면서 이 또한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죠.”
나이 환갑에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됐다. 먼 타국 땅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무엇보다도 성경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후 3년에 걸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쉼없이 노력한 끝에 한국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신약성경 필사에 성공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으로 돌렸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20일 경남 밀양시 상남면 자택에서 만난 김상철(요한 세례자·71·홍콩한인본당)씨. 김씨가 작성한 4개 국어 필사본은 홍콩한인본당 설립 25주년을 맞아 열린 본당 전시회에 지난 8월 23일부터 2주간 전시됐다. 필사한 종이를 바인더로 묶어 각 언어마다 2개씩 총 8개로 만들어진 필사본은 총 페이지 수를 미처 다 헤아리지 못했을 정도로 그 양이 방대했다. 서류가방 10여 개에 가득 찰 정도였다.
그는 지난 1978년부터 홍콩으로 건너가 사업에 매진하다 2006년 예비신자 교리에 초대하는 당시 홍콩한인본당 주임 이기수 신부의 편지를 받고 입교하게 됐다.
“사업에 바빠 종교를 갖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주변 이웃들이 모두 성당을 다니고 있었고 신부님께서 직접 편지를 주시기도 해서 저도 신앙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죠.” 늦은 나이였지만 김씨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성경을 읽었다. 50회독을 하고 나서는 성경을 외워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성경에 나오는 좋은 구절은 꼭 써보려고 노력했던 그는 본격적으로 신약성경 필사에 나섰다. 필사에 나서기 전 가장 적합한 볼펜과 종이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시작부터 가장 좋은 여건을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이에 글을 적고 한장 한장 커다란 바인더에 묶어 나갔다. 하루에 많게는 15시간 이상 필사에 몰두했다.
“성경을 쓰니 밥을 먹지 않아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일본어로 필사할 때는 ‘확대경’이 필요했다. 한자를 ‘가타카나’로 풀어쓴 것이 일본 성경인데 글자가 너무 작아 확대해서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일본어에 관심을 두고 일본문학을 많이 접한 것도 도움이 됐다.
4개 국어로 필사하면서 느꼈던 것은 각 나라마다 용어와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기본은 똑같다는 것이었다. “언어는 달라도 그리스도 사랑을 알리는 그 큰 울림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경 필사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다. “별다른 준비 없이 그냥 하겠다고 하면 포기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필사하기 전에 반드시 성경을 두 번 이상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꾸준히 읽고, 그 내용을 마음 속에 담아둔 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필기구를 선택해 집중하십시오.”
신약성경 필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인 요한묵시록 22장 20절을 적을 때마다 그는 하느님이 함께하심을 느꼈다. “오십시오, 주 예수님! 모든 것이 성경에 담긴 말씀을 통해 이뤄지는 것임을 믿습니다.” 김씨는 앞으로 독일어 등 다른 언어로도 신약성경을 계속 필사하는 것이 꿈이라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