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 참가한 주교들이 10월 11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8월, 20여 년 만에 새로운 「로마 미사 경본」이 나온다.
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추계 정기총회에서 「로마 미사 경본」(제3표준판 수정판)과 「미사 독서」의 사도좌 추인을 받기 위해 이달 중 번역서를 교황청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한국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경본은 1975년 공포된 제2표준판을 번역해 1996년 발행한 것으로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 라틴어 경본은 제3표준판(2002년)에 이어 제3표준판 수정판(2008)년이 나와 있는 상태여서 미사 경본의 새로운 번역이 시급했다.
새 경본은 2008년 공포된 제3표준판 수정판을 따랐다. 미사 경본과 기타 전례서 번역작업은 현재는 대구대교구 보좌주교인 장신호 주교가 2009년부터 전례위원회 총무를 맡으면서 주도했다. 현재 전례위는 번역 작업을 지속, 경신성사성에 번역본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 까다로운 과정을 계속 거치고 있다.
이미 「성당과 제대 봉헌 예식」, 「비정규 성체 분배 직무 수여 예식」 등 13종의 전례서 추인은 완료됐다. 하지만 이 예식서들은 교황청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로마 미사 경본」의 전례문을 포함하고 있기에, 「로마 미사 경본」이 사도좌의 추인을 받은 이후에 발행될 예정이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장 주교는 이들 전례서의 신속한 추인을 위해 6월 경신성사성을 예방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새 전례서들이 발행돼, 대림시기엔 새로 번역된 미사 경본으로 한국교회가 미사를 드릴 수 있을 전망이다. 김 대주교의 설명에 따르면 새 미사 경본 준비는 경신성사성의 지침에 따라 정확하게 번역하는 과정을 포함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에 발행될 미사 경본에는 다양한 이미지도 포함시킨다. 우선 4대복음서 상징과 더불어 격자무늬 등의 디자인으로 한국의 문화적 감성을 담아낼 계획이다. 표지 활자는 ‘훈민정음체’를 사용하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내장표지에는 103위 한국순교성인화를 넣는다.
현재 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로마 미사 경본」에는 삽화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되는 경본 표지는 격자무늬로 장식해 한국적인 정서를 드러내고 전례 토착화의 의지를 다질 방침이다. 103위 성인화도 삽입해 순교정신을 이은 교회임을 나타낸다.
한편 이번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주교들은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아래에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111개 성지를 완주한 신자가 1000명이 넘은 상황에서 성지순례를 신자 재교육의 장으로 확산하려는 주교단의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성지순례사목소위는 성지순례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신자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주는 피정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 김희중 대주교 “백남기 농민 부검은 부당한 처사”
사드배치 결정 관련해 주교연수 중 의견 나누기도
이번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는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 백남기 농민 사망 등 굵직한 이슈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열렸다. 이에 따라 참가 주교들은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주교연수를 열고, 한국의 사드배치 문제에 관련해 찬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교계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총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각종 사회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밝혔다.
김 대주교는 우선 “주교연수 중에 실시한 강연은 주교님들이 사드문제에 대해 균형 잡힌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찬반 모두 국가를 위한 것이지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면서 “정부가 국민의 총의를 모아 조화하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놓고 벌이는 사인 규명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주교는 “운동하다가 의도치 않게 상대를 다치게 해도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정부는 한 사람의 생명이 죽었는데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에 대해 “명백한 사인에 대해 정부가 부검을 하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 대주교는 “부검을 해서 정부의 입장대로 사인을 발표한들 누가 그것을 믿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주교님들께도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