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다. 그곳에선 사람 외에 다른 어떤 것도 궁극적인 주제가 되지 못한다.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 살아 있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풍요롭게 한다.”
지금, 왜 피렌체에 관해 이야기하는가. 김혜경 교수(세레나·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강의전담)는 그 이유를 밝히면서 책의 첫머리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이 피렌체를 통해 인류의 풍성한 문화유산의 오아시스를 맛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류의 꽃이 된 도시, 피렌체」(464쪽/ 2만2000원/ 도서출판 호미)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람을 우선시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옛 피렌체 사람들과 현재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자본’이 먼저가 아니라, ‘인간’이 먼저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왜 대학에서 밀려난 인문학이 사회에서 고개를 들고, 소비자본주의의 늪에 빠진 사람들의 ‘살려 달라’는 외침이 빌딩숲을 울리는 메아리가 되고 있을까.”
스스로 반문한 김 교수는 피렌체의 면면을 통해,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밝히고자 했다. 특히 인문주의가 인간을 둘러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발휘돼야, ‘인간이 존엄하다’는 보편적 가치가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이 책 한 권에 피렌체의 역사와 언어, 문학, 종교, 예술, 건축, 사상, 그리고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들까지 모두 담아냈다. 피렌체의 대성당과 박물관에서부터 골목골목을 샅샅이 누비는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틈엔가 피렌체의 대표적인 건축물들과 주요 예술품들을 만나고 온다. 피렌체의 모든 것을 지적이고 섬세하게 담은 ‘인문학 여행’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애초 내세울 것 하나 없던 피렌체가 어떻게 세계 문화의 산실이 됐는지도, 그 정치철학과 시민의식의 변화 지형도를 통해 설명한다. 신학과 철학을 근간으로 한 정신과 사상이 종교적 토양 위에서 어떻게 현실과 접목되는지, 또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어 단테, 보카치오 등 유명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피렌체 언어가 이탈리아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를, 인문주의에 특별히 영향을 끼친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작가의 의도를 통찰해 보고 있다. 르네상스 당시 건축가들은 단순한 기능공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구현한 위대한 사상가들이었다는 설명 또한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그 역사와 문화를 한 권의 책으로 옮기기는 불가능하다. 그 대상이 인문학의 발상지이자, 르네상스를 꽃피운 도시 피렌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김 교수는 대학시절부터 스무 해 가량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살면서 ‘사람 냄새’가 그리울 때마다 제 집처럼 피렌체를 드나들었던 경험을 품고 있었다. 평소 “신학의 핵심은 신이 아니라, 그를 닮은 인간”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모든 방면에서 인간 연구에도 관심을 두어왔다. 그렇게 역량을 쌓아온 덕분에 김 교수는 피렌체 곳곳을 꼼꼼하게 소개하고, 그 안에서 현재에 돌아볼 가치를 조명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바로 피렌체라는 도시를 송두리째 들어 “‘신의 모상’(Imago Dei)으로서 인간이 어떤 예술품보다 존귀하다”고 강조한다. 옛사람들의 자취에서 인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배양한 시민의식에 관해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피렌체, 그곳은 “르네상스를 통해 인간이 신에게서 돌려받은 최초의 도시”이기에 가능한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