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형 자매들, 나는 지금 오 주 예수를 따라 치명하러 대구 감영으로 갑니다. 여러분이 행여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천주께서 가르쳐주신 계명을 잘 지키고, 열심하게 살다가 나의 뒤를 따르도록 하기 바랍니다.”
이윤일(요한) 성인이 사형선고를 받고 대구 경상감영으로 압송될 때 남긴 이별사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인 1866년 겨울, 순교하러 가는 길 위에서 전하는 성인의 말은 오늘 우리에게도 전해진다.
성인이 참수당한 땅 위에 세워진 대구 관덕정순교기념관(관장 최호철 신부). 성인의 유해가 봉안된 이곳에는 해마다 많은 순례객이 다녀간다. 관덕정순교기념관은 신자들이 성인의 삶과 영성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일대기를 담은 전기 「성 이윤일 요한」(한명수 지음/ 78쪽/ 비매품)를 펴냈다.
한명수(미카엘·무학중 교사) 관덕정순교기념관 기획위원이 쓴 이 책에서 순량의 성품의 효자, 여우목 교우촌 회장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며 봉사하는 삶을 산 신앙인 이윤일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병인년 박해의 피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순교자 이윤일 요한 성인의 믿음을 볼 수 있다.
한 위원은 “성인 출생에서부터 순교까지 관련 사료들이 부족해 교회사를 바탕으로 추론해 쓰다보니 조심스러웠다”고 말하고 “앞으로 더 정확한 사료를 바탕으로 더 풍성한 성인전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삽화와 함께 순교하기까지 이야기들이 간결하게, 담담하게 이어진다.
“나으리, 영원무궁한 생명은 이승의 것이 아니옵니다. 이 몸이 이승에서 죽지 않으면 어찌 저승의 것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소인이 하루 바삐 치명의 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빨리 이 몸을 죽여주십시오.”(58쪽)
1867년 1월 21일 대구 남문 밖 관덕정, 치명의 은혜를 청한 성인의 목을 친 희광이의 칼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순교한 날로부터 120주년 되던 1987년 1월 21일, 대구대교구 제2 주보성인으로 선포됐다. 내년 1월에 순교 150주년, 교구 제2 주보 선포 30주년을 맞는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추천사에서 “순교 영성은 신앙 선조들의 용기와 믿음을 본받아 지금 이 시대에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어느 때보다 신앙이 세상의 여러 위협과 도전을 강하게 받고 있는 이 시대에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보여주신 용기와 믿음을 따르도록 노력하고 우리의 신앙을 후대에 잘 전할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의 053-254-0151 대구 관덕정순교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