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환경사목위, ‘에코페미니즘’ 주제 제22회 에코포럼 열어
가부장적 사고 대신 생태적 감수성 키워야
생명·자연 파괴에 맞선 다양한 실천 사례 소개

9월 27일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의 만남’을 주제로 열린 제22회 가톨릭에코포럼에서 발제자들이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
9월 27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의 만남’을 주제로 열린 제22회 가톨릭에코포럼.
포럼을 주관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재돈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에코페미니즘’은 에코포럼이 오랫동안 고대하던 주제였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강당 안은 여느 때보다도 훨씬 많은 청중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90% 이상이 여성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에 나선 장우주 박사(여성학, 배곳바람과물 기획위원)는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이 만나 만들어낸 ‘에코페미니즘’에 대해 ‘타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장 박사는 오늘날 이웃을 해치고 자연을 파괴하는, 생명에 무감각한 세상의 가장 큰 특성을 ‘가부장제’로 규정했다. 이어 “바로 여기에서, 중요한 것과 주변적인 것을 무자비하게 구분하는 위계적 이원론과 여성과 자연을 동일시하면서 그것들이 남성과 인간에 대해서 종속되어 있다는 논리가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즉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 하위의 종속된 존재”가 바로 여성이고 자연이라는 논리와 의식이 오랫동안 인류 사회에 통용돼 왔다는 설명이다.
장 박사는 또한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여성들은 생태적 감수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나고, 돌봄과 친밀함에 더 익숙하고 능숙하며, 억압받아온 ‘약자’로서 황폐하고 피폐해지고 있는 자연과 생태계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코페미니즘’은 1974년 프랑소아 드본느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자연에 대한 억압에는 아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두 번째 강연을 맡은 윤정숙 이사(여성환경연대, 녹색전환연구소)는 에코페미니즘이 “새로운 문명을 탐구하는 과정의 페미니즘”임을 강조했다. 윤 이사는 20세기가 풍요의 시대였지만, “생명에 대해서는 가장 폭력적인 시대였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에코페미니즘적 실천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사례들은 비폭력 저항으로 숲을 지킨 북인도 가르왈 지역의 여성들에서 생명과 평화를 위해 저항한 반핵평화운동가들까지 생명과 평화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
한국의 경우, 압축적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들, 즉 공해와 유해물질, 핵발전소, 소각장, 생명공학까지, 생명과 환경이 위협받는 모든 현장에서 에코페미니즘적 실천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 강연자들은 “생명과 삶에 대해서 여성들이 왜 더 많이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모성’과 그로 인해 더 예민하게 발달한 생태적 감수성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또한 “모성성은 여성에게만 가능한 생물학적인 것만은 아니고, 사회학적이고 문화적인 것이기도 하다”면서 “작고 연약한 것에 대한 연민과 돌봄의 마음 자체가 모성성이고, 지구 환경과 생태계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오늘날 가부장적 세계에서 모성성은 남녀 구분 없이 계발되어 갖춰야 하는 생태적 감수성”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