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순교복자수녀회 서양자 수녀, ‘박해 시대 숨겨진 이야기들 2’ 발간
200년 전 조선시대… 신앙선조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회·풍속과 함께 교회사 재해석
각종 사진 등 풍성한 자료 ‘눈길’
30여 년 전부터 관련 내용 조사·연구
조선 박해 시대, 포졸들이 천주교 신자들을 잡으면 주막으로 끌고 가는 일이 흔했다. 당시 주막은 일종의 임시 구치소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약국은 사람들을 사귀고 선교하는 데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당시 중인 출신 교우들 중 약국을 운영하는 이들이 많았던 덕분에, 교우들은 약국에서 교회서적을 빌려 필사하기도 하고 각종 모임도 열었다. 명례방과 장흥동 약국에 신자들이 모여 있을 땐, 포졸들은 도박판이 펼쳐진 줄 알고 쳐들어왔다. 당시는 도박이 성행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때였다.
또 포졸들의 수가 적어 각 지역 거지들과 땅꾼들도 신자들을 찾아 체포하는 데 동원되곤 했다. 게다가 포졸들이나 건달들은 신자들의 재산을 약탈하기 위해 체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나라에서 신자들을 모반대역죄로 몰아 처벌하는 것을 핑계로, 각 지역 양반들이 신자들의 집에 불을 지르고 그들을 추방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서양자 수녀(아가타·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쓴 「박해 시대 숨겨진 이야기들 2」(445쪽/2만원/도서출판 순교의 맥)를 읽다보면, 200여 년 전 벌어졌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박해 시대 사회와 풍속, 민간신앙 등과 연결해 교회사를 재조명해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다. 기존 교회사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도 많아 더욱 관심을 모은다.
서 수녀는 “조선시대 교우들도 당시 사회문화적 영향 안에서 살았던 이들”이라면서“교회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사회상과 풍속, 민속, 민간신앙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성경이 빨리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시대 사회·문화상을 잘 알지 못해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해 시대 숨겨진 이야기들 2’ 삽화. 왼쪽부터 ‘짚둥우리’를 타고 서울로 압송되는 순교자, 관이전을 귀에 꽂고 있는 프랑스 성직자, 물에 적신 한지를 얼굴에 붙여 사형시키는 도모지형.
서 수녀는 「16세기 동양 선교와 마테오 리치 신부」, 「중국천주교회사」, 「청나라 궁중의 서양 선교사들」 등의 저서를 펴낸 교회사 전문가이다. 특히 30여 년 전부터 박해 시대 풍속과 민간신앙 등에 관해 조사, 연구해왔다. 이번 저서에는 수십 년 간 조사했던 사회·문화적 자료들을 풍성히 담아냈다.
사회적으로 볼 때 500여 년간 이어져오던 유교 계급사회 안에서, 이른바 상민과 천민들은 대대로 억눌리고 수탈 당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들이 당시 사회적 제도에 염증을 느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반면 당시 정부는 양반과 상민, 천민, 부자와 가난한 이 등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한 형제로 받아들이는 천주교회를 상당히 의심하고 두려워했다. 범죄 집단이나 반란 집단이 아니고서는 서로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천주교가 우리나라 고유 풍속과 예절을 바꾼다는 것이 박해를 가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서 수녀는 “예를 들어 조선 왕이 있는 상황에서 ‘교황’이라는 표현은 상당한 오해와 경계를 일으켰고, 중국에서도 레지오마리애를 ‘성모군’이라고 표현한 것 때문에 끔찍한 박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 대신 교종이라는 표현을, 외국어라도 레지오마리애라는 용어를 그대로 썼으면 박해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서 수녀는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다”면서 “이렇게 당시의 사회·문화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면, 우리의 신앙선조들의 삶과 신앙을 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장 방계정 수녀도 이 책의 간행사를 통해 “순교정신은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근대 한국교회 발전의 원동력이 됐고, 국가 발전적 측면에서는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했다”고 밝히고,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온갖 고통을 당하다가 결국 순교를 한 분들의 삶은 오늘을 사는 교우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교훈, 빛과 소금이 된다”고 전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