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최초 사제 탄생… 몽골교회 발전 초석 기대
바타르 엥흐 사제서품식 거행
‘형제’ 한국교회, 물심양면 도와

8월 28일 몽골 울란바토르 성 베드로와 바오로 주교좌 성당에서 울란바토르 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가 엥흐 부제의 사제서품식을 주례하고 있다. 대전교구 홍보국 제공
몽골교회가 첫 본토인 사제를 배출했다. 몽골인 첫 사제의 탄생에는 ‘형제 교회’인 한국교회가 산파 역할을 했다.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수학한 바타르 엥흐 부제가 8월 28일 몽골 울란바토르 성 베드로와 바오로 주교좌성당에서 1500여 명의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참례한 가운데 사제품을 받았다. 서품식은 몽골교회 울란바토르 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성모성심 선교회, CICM)가 주례했다.
바타르 엥흐 신부는 2009년 대전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해 사제 양성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대전에서 부제품을 받은 엥흐 신부는 올해 1월 몽골로 돌아가 사제 서품을 준비해 왔다. 엥흐 신부가 정한 수품 성구는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이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이날 서품식 축사를 통해 엥흐 신부가 ‘착한 목자, 착한 사마리아인을 닮은 사제가 되길’ 바라는 뜻을 밝혔다. 유 주교는 “교회의 으뜸 사명은 복음을 선포하는 일”이라면서 “참된 선교사로서 몽골 백성들이 바라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닮은 신부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전 신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엥흐 신부의 후배 체렝한 산자자우(베드로·4학년)도 소개했다. 유 주교는 “앞으로 몽골교회에서 더 많은 신학생들이 나오기를 바란다”면서 “파딜랴 주교님의 뜻에 따라 몽골교회를 위한 사제 양성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몽골에서는 1992년에 신앙의 자유가 허용됐으며, 교황청은 2002년 7월 울란바토르 지목구를 설정했다. 현재 주한교황대사가 주몽골 교황대사를 겸직하는 등 몽골교회는 한국의 ‘형제 교회’로 친교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는 몽골교회 태동기 때부터 선교사 파견과 의료활동 지원, 학교 건립 등 몽골 선교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사제 서품식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몽골 가톨릭교회 발전에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몽골 공동체는 신자 수가 1000여 명에 불과하다. 본토인 사제 배출은 교회의 선교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울란바토르 지목구 항올본당 주임 허웅 신부는 “주로 외국인 선교사들이 선교를 하다 보니 몽골 사람들에게 가톨릭은 외래종교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몽골인 사목자의 탄생은 가톨릭교회가 몽골 사람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몽골인 사제와 수도자가 탄생해 몽골교회를 스스로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서품식에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 곽승룡 신부, 교구 성소국장 이의현 신부 등이 함께했다. 한국과 몽골의 교황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엥흐 신부가 대전가톨릭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당진본당 신자 60여 명도 참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