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잉태를 알려준 가브리엘 천사와의 만남에서부터, 예수의 고난과 죽음까지 지켜봐야 했던 성모 마리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성모신심을 묵상하다보면, 승천하기 전까지 마리아의 삶과 그 내면이 궁금해지곤 한다.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을 앞두고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으로 소설 「마리아의 비밀」(388쪽/1만5000원/가톨릭출판사)을 권해본다.
「마리아의 비밀」은 스페인 마리아의프란치스코 재속수도회 산티아고 마르틴 신부가 쓴 창작 소설이다. 스페인에서만 10만 부 이상 팔렸고, 이탈리아와 브라질 등에서 발간된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소설이다. 한국 출간에 이어 조만간 미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은 노년에 접어든 마리아가 한평생을 돌아보면서 요한 사도에게 말하는 듯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부활까지 함께한 성모님의 고백’이라는 부제처럼, 마치 살아있는 성모 마리아가 자신의 일기책을 펼쳐 이야기를 들려주듯 써내려간 글이다. 복음서를 통해 접했던 성경 속 여러 인물들의 숨겨진 고뇌, 슬픔, 당시의 시대 상황까지 담아내,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르틴 신부는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적극 순명하신 성모님과, 그분이 우리 내면에서 하시는 말씀, 어머니이자 동시에 여인으로 지켜 본 사랑하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에 대한 고백” 등에 귀 기울여보자고 권한다. 또한 마르틴 신부는 한국 신자들에게 이 책이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서 보여준 여정, 그 사랑의 여정에 대한 깊은 묵상을 위해 좋은 안내서로 쓰이길 바란다”고 전한다.

「마리아의 비밀」을 공동 번역한 세 자매 최효선 수녀와 최진호 수녀, 최선화 교수.(오른쪽부터)
이 책을 한국 신자들에게 번역, 소개한 주인공들은 최효선 수녀(가타리나·스페인 위로의성모수녀회)와 두 여동생들이다. 이들 세 자매는 신심 깊은 부모 밑에서 성장, 각자 다른 방식이지만 모두 하느님을 향한 길을 누구보다 성실히 걷고 있다.
맏이 최효선 수녀는 현재 스페인 왕립 알카사르대성당 카라바카 십자가 현양 소년 합창단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둘째 최선화(데레사) 교수는 무르시아 성 안토니오 가톨릭대 초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진호(아녜스 마리아) 수녀는 스페인 가르멜수녀회 소속으로 수도생활을 하면서 아빌라 가톨릭대 영성신학대학원에서 신비신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몇 년 전, 30여 년 만에 찾아온 수도생활의 내적 위기를 겪던 최효선 수녀는 영명축일을 맞아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최 수녀에게 「마리아의 비밀」은 “어두운 사막을 지나가면서도 주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해 준 책이었다고. 최 수녀는 그 희망을 특별히 깊은 성모신심을 실천하고 있는 한국 신자들과도 나누고자 번역을 결심했다.
이들 자매는 「마리아의 비밀」이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감사’라고 전했다. “감사하는 마음은 인간이 모든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치유의 테라피라고 강조”하면서 이 책은 “죽고 싶을 만큼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감사의 치유 테라피’가 될 수 있다”고 권했다.
한국 신자들도 스페인 언어와 문화, 종교생활 등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의역하고 별도의 각주를 달아 설명하는 노력도 더했다.
특히 가톨릭출판사(사장 홍성학 신부)는 이 책의 수익금 일부를 마르틴 신부가 사목할 과테말라의 본당과 그곳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혔다. 마르틴 신부는 앞으로 가난뿐 아니라 그릇된 신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미 과테말라에서 사목할 예정이다.
한편 「마리아의 비밀」 출간 감사미사와 기념식이 8월 18일 오후 3시 서울 추계예술대 창조관 추계리사이틀홀에서 마련된다. 이날 미사는 최창무 대주교(전 광주대교구장) 주례로 봉헌되고, 기념식에서는 스페인 성음악 연주회도 선보인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