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구 문화위원회 교회미술품보전을 위한 모임이 7월 20일 명동대성당 문 앞쪽 기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교회 미술품 관리의 가장 기초가 되는 기록과 목록화 작업에 새로운 물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가 명동대성당을 필두로 교구 내 교회미술품에 대한 기록과 전산화 등록에 착수했다. 교구 문화위원회(위원장 허영엽 신부)는 이를 위해 7월 20일 명동대성당에서 성당 내 미술품들에 대한 첫 번째 실사에 나섰다.
위원회 산하 교회미술품보전을 위한 모임(책임 지영현 신부)이 진행한 실사는 1926년 주스타니안 작 ‘79위 복자화’를 비롯해 성당 내·외부, 지하성당에 걸쳐 총 49점에 대한 현황조사로 이뤄졌다. 이날 성당 미술품들에 대한 변동 사항과 실태를 파악한 위원회는 앞으로 명동대성당 이외 서울 혜화동성당 등 시범 성당에서 실사 작업을 추가로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 전산화 등록을 추진한다. 아울러 양업시스템 미술품 프로그램을 보완 수정해 시스템 안정화를 확인한 뒤 교구 전 본당 미술품 전산화 등록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교구 문화위원회의 이번 작업은 교회 미술품에 대한 이해와 관심 부족으로 성미술 작품의 방치와 훼손, 파손과 유실이 빈번했던 한국교회 상황에서 성미술 작품의 체계적인 관리를 향한 구체적 행보가 처음 시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불교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교 미술품의 보존과 관리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교회 안에서는 가톨릭교회 미술이 교회 문화유산이면서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와 위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었다.
전문가들은 “미술품의 방치, 훼손 등을 예방하는 방편으로서 뿐만 아니라 교회 역사를 반영하는 미술작품들의 가치를 조명하고 한국 가톨릭 미술 역사를 재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술품 가치 재평가를 위한 기본적인 데이터가 확보돼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작업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잘 보존된 미술 작품을 통한 문화사목적 배려는 신자들의 신앙 성숙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위원회는 “특별히 유아,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본당 주보성인들이나 고유한 작품들은 성당의 역사성과 함께 하기 때문에 신자들의 신앙 성숙에 이바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품 전산화 등록은 또한 주요 작품들이 소장된 성당이나 기관의 문화 탐방지 혹은 문화영성 순례지 역할을 담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명동대성당 미술품 조사는 국내외 신자들과 관광객들이 명동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문화적 자산을 제대로 알리고 가치를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다. 지영현 신부는 “1차적으로 교구 내 전 본당의 미술품을 등록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후 실사를 통해 보존 방법 및 가치 평가에 대한 내역과 전산화 확인을 해나갈 계획이며 점차 기관, 병원 등의 미술품 대상으로 전산화 등록 작업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