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4~29일 서울대교구 신학교 1학년 대상으로 진행된 ‘영성과 영어체험 프로그램’에서 신학생들이 영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 선교 체험 중심의 해외 모라또리움(신학생 선교 사목 실습)을 전격 실시했던 서울대교구가 7월 4~29일 신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성과 영어체험 프로그램’(Spiritual and English Experience Program: 이하 SEE 프로그램)을 시행, 선교 명령을 수행하는 ‘선교하는 사제’ 양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SEE 프로그램은 교황 비오 12세 권고를 기반으로 한 선교사제(Fidei Donum) 양성 기본 단계로서, 학생들이 4주 동안 신학교에서 공동 생활하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영성지도와 영성면담, 대침묵 시간 등을 통해 기도생활에 정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취지다. 아울러 영어 학습과 함께 미사 성무일도 등 매일의 모든 일과를 영어로 진행하면서 실질적인 영어 구사 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서울대교구 24명 평양교구 5명 베트남 콘툼교구 1명 등 총 38명 신학생이 참여한 이번 SEE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영어 능력에 따라 5개 반으로 나눠져 매일 오전 영어 수업을 진행했으며 이외 영어 선교 특강, 운동 및 취미활동, 그룹 나눔 등을 통해 언어와 선교에 대한 감각을 익히며 장차 보편교회와 연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
이 프로그램에는 신학대학장 백운철 신부를 비롯해서 지재구 신부(실무책임), 신문호 신부(영성부장), 정태영 신부(영성지도) 등 4명의 지도 사제가 함께했다.
이번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참석한 학생들은 올해 겨울방학 동안 4주간의 SEE 프로그램에 한 번 더 참여하게 되며, 이후 2학년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영어권 아시아 국가(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등) 교회에 현장체험을 떠나서 일상 속에 영어와 선교 경험을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해외 모라또리움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사제 양성 과제로 제시됐던 ‘인간적’ ‘영적’ ‘지적’ ‘사목적’ 양성과 함께 오늘날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이 제시하는 ‘선교사’ 양성의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교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7월 29일 프로그램 수료미사를 직접 주례, 선교하는 사제 양성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염 추기경은 “복음 선포라는 거룩한 직분을 위해 부르심 받은 사제는 복음 선포를 잘 준비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외국어는 복음선포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면서 “영어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훌륭한 사목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면에서 늘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꾸준하게 공부에 매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무 책임을 맡았던 지재구 신부는 “다양한 선교특강과 어학 습득을 통해 선교에 대한 막연함을 벗고 우리가 세계 교회에 기여하고 나눠줄 부분이 있음을 실감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교에 대한 자신감으로 몇 년 뒤 사제가 됐을 때 어디에 파견되더라도 ‘네’라고 응답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출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병도(토마스 아퀴나스·서울 오류동본당)신학생은 “어학적인 부분과 함께 영성적인 면에서 새로운 용기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면서 “또 선교특강, 영성 활동 등을 통해 사제로 살아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 보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