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3일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지역 4개 성주·가천·초전·선남본당이 합동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생명평화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사진 우세민 기자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교회 안팎에서 날로 커지고 있다. 교회에서는 사드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와 성명서 발표 등이 잇따랐고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 군민들은 대규모 상경 집회를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북 성주지역 4개 본당(성주·가천·초전·선남)은 7월 23일 오전 11시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생명평화미사’를 합동으로 거행했다. 이강태 신부(성주본당 주임) 주례, 4개 본당 주임 등 10여 명의 교구·수도회 사제들이 공동 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본당 신자들과 지역주민 등 500여 명이 함께했다.
이강태 신부는 미사 취지에 대해 “성주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권오관 신부(선남본당 주임)는 강론을 통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내가 사는 지역에 뜬금없는 것이 오면 환영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성주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 평화를 위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사 후 신자들은 사드 배치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미사를 봉헌한 4개 본당은 7월 30일부터 8월 2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사드 배치 반대 생명평화미사를 순회 봉헌하기로 했다. 7월 30일 선남성당, 8월 6일 초전성당, 13일 가천성당, 20일 성주성당에서 미사가 이어진다.
또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사드 배치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드 배치로 군사적 대결체제가 격화되면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수도자들은 속절없이 평화가 파괴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사드 철회 활동을 강력히 벌여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성주 군민 2500여 명은 7월 21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과 지역 미래를 위해 사드 배치 결정 철회가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주 군민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주민동의를 거치지 않고 사드 배치를 확정했다”고 분노했다.
김안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투쟁사에서 “사드 배치는 장관이나 정부 관계자가 현장 방문 한 번 없이 책상 위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투쟁사 낭독 이후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삭발식과 침묵시위가 진행됐다.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시 낭송과 대국민 호소문 발표도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연대사를 통해 “사드는 민족의 평화보다는 전쟁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위험한 무기”라며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 군민들의 투쟁에 동참할 것임을 밝혔다.
방준식·우세민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