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2일 오전 바르샤바 구(舊)도시 광장을 지나던 프랑스 참가단 중 한 명이 셀카봉을 치켜 올리자 인근에 있던 미국과 콜롬비아 참가단 등이 셀카봉 밑으로 뛰어들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2016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krakow 2016) 교구대회가 시작되는 7월 20일. 폴란드는 도시마다 청년들로 가득했다. 조금은 수줍어하는 성품의 폴란드 젊은이들도 마음을 열고 앞장서 낯선 외국인 또래들을 도시 곳곳으로 안내했다.
청년들은 언제 어디서나 한 무리가 됐다. 이들을 불러모으는 매개는 크게 세 가지. 첫 자리는 셀카봉이 만들어냈다. 동양과 서양, 이념과 체제를 막론하고 젊은이들은 셀카봉을 중심으로 ‘후다닥 후다닥’ 모였다.
무어라고 소리치든 상관없이, 누군가가 셀카봉을 치켜 올리면 근처 10m 이내 또래들은 우르르 봉 아래로 쏟아져 들어왔다. 젊은이들은 셀카 속 사진으로 새겨진 자신들을, 신앙 안에 꾸려지는 하나의 공동체로 여긴다. 화면 안에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뛰어 들어옴으로써 신앙을 고백하고, 사진 속 자신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임을 고백한다. 그렇게 확인된 고백은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에 올려진다.
한데 뭉친 젊은이들은 이내 청년대회 주제가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을 합창한다. 테러로 얼룩진 세상을 안타까워하면서 애틋한 인간애, 마침내는 하느님의 자비를 호소하는 주제가가 모두의 가슴을 울린다. 손을 맞잡은 젊은이들의 눈가가 살짝 젖어든다. 비장함과 슬픔마저 깃든 목소리로 평화와 자비가 넘치는 세상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은 제단을 중심으로 모였다. 낯설었지만, 신앙 안에서 형제임를 확인하는 만남들. 그 감동적인 경험은 성찬례 안에서 심오한 차원으로 들어간다. 교구대회에 참석한 모든 청년들은 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전날의 체험이 오늘의 미사에서 더 깊은 의미로 승화된다. 인사를 나누고 낯을 익힌 폴란드 친구들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함께 나누는 형제가 됐다.
대전교구 전주식(미카엘)군은 7월 24일 바르샤바 성마리아성당에서 거행된 주일미사에 참례한 뒤, “같은 신앙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낀다”면서 “전에는 미사가 지루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모두와 함께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제단을 가운데 두고 또 다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이날 주일미사를 집전한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는 “우리 젊은이들의 사랑과 열의, 관대함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마음 속으로부터 체험하고 있다”면서 “세상은 똑똑한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비의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부족해서 나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에서는 각 교구와 수도회, 학교, 그리고 개인 참가자까지 포함해 총 1050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7월 26일 본대회 개막에 앞서 20~25일 브로츠와프·바르샤바·카토비체·체스트호바·파도비체교구 등에서 교구대회(교구의 날·Days in Dioceses) 행사에 함께했다.
폴란드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