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토착화 신학」
■ 다른 종교, 문화와의 대화와 협력
심상태 몬시뇰은 “‘신앙’ 생활은 교리를 고백하고 성사 및 신심행사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면서 “하느님의 진리를 ‘일상’ 안에서 진실하게 ‘살아감’으로써 마무리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유·불·도교 등 외래문화와 사상의 영향도 받고 있다.
심 몬시뇰은 “‘토착화’는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보편적 하느님의 구원 의지가 고래로부터 한국적 하느님 신앙과 윤리-도덕적 규범, 생활양식 등과 어떤 상관관계를 맺는지 식별하고, 그리스도의 구원진리와 실질적으로 부합하는 토착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요소들을 신앙생활 안에 수렴하려는 폭넓은 영역의 작업 일반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교회는 복음화 실현을 위해 통상적으로 비신자들에게 ‘교리’에 담긴 복음 내용을 일방적으로 선포한다. 이어 성경과 교회 전통 등을 통해 그 의미를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토착화 첫 단계에서는 교회 생활과 교리 내용의 의미를 비신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이웃 종교 및 문화와 대화하고 그 안에서 교회 진리와 상응하는 통찰이나 예지를 식별한다. 또 이를 교회 생활과 신학 사유 안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방에게 복음의 진의를 알린다. 이 과정 중에 동시에 자신도 이전보다 교회 진리에 대해 보다 더 깊고 포괄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심 몬시뇰은 즉 “보다 더 능동적인 신앙생활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 토착화와 한국교회
현재 한국교회는 역동적 성장과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위상, 경제적 수준 면에서도 거의 예외적일 정도로 안정적인 교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심 몬시뇰은 한국교회의 미래가 다른 지역교회와 보편교회 지도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장밋빛이라고 보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에도 서구교회와 마찬가지로 세속화 조류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심 몬시뇰은 “한국교회는 공의회 이전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로마-서구적 교회 모범을 고수함으로써 안팎으로 ‘로마보다 더 로마적인 교회’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교회 지도층과 많은 신학자들이 신학의 토착화 작업에 대해 냉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한국교회 신학은 지금까지도 서구의 사상적 지평 속에서 형성 발전된 ‘서구신학’을 번역, 소개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토로한다. 따라서 한국적 구체성을 띤 보편적 그리스도 신학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일반적 사상구조와 종교적 심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불·도를 비롯해 동양적 내지 한국적 종교와 동양 내지 한국 사상과의 허심탄회한 대화와 연구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조언한다. 이들 종교와 사상, 그리스도교의 복음이 어떤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 속에서 그리스도의 진리가 수용되도록 기여하는 어떤 진리가 발견되는지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야 오늘날 절실하게 요청되는 그리스도 신학 토착화의 취지가 올바로 성취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한국교회의 토착화는 아시아의 미래
심 몬시뇰은 보편교회가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주요 역할을 수행해주길 기대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토착화 신학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 몬시뇰은 “한국교회가 좀체 벗어나려 하지 않는 서구교회의 전통적인 세계관이나 생활양식, 선교방식으로는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그야말로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이뤄지는 ‘아시아적 교회’의 ‘아시아적 복음화’ 노력 없이 기존의 방식으로 복음화를 시도한다면 분명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단언이다.
심 몬시뇰은 “한국교회와 토착화 신학의 미래 명운은 재래 서구교회적 생활양식에서 벗어나 영적 삶 중심 구조의 토착화된 교회 풍토 조성에 성공 하느냐 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한국교회가 서구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교회생활의 틀 전체를 체험적 삶과 영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쇄신 작업이 불가피하게 요청됩니다. 토착화 신학은 이 작업을 실제 담당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