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일 서울대교구가 마련한 소공동체 25주년 심포지엄 제1차 워크숍. 소공동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함께 듣고 나누었다는 의미가 있다. 사진 전희진 수습기자
7월 2일 서울대교구가 마련한 소공동체 25주년 심포지엄 제1차 워크숍은 심포지엄에 앞서 교구 소공동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함께 듣고 나누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교회 안에 여전히 소공동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본당 소공동체 활동 체험이 있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경험 속에서 우러난 소공동체의 순기능과 역기능, 그리고 현실적 어려움을 나눈 것만으로도 이목을 끈다.
서울대교구 상황 안에서 소공동체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지만, 이미 전국 각 교구 안에서 소공동체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때 이번 워크숍에서 제기되고 논의된 내용들은 타 교구 소공동체 관계자들과 신자들에게도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수원 춘천 의정부교구 등에서 참석한 신자들의 모습은 소공동체에 대한 전 교회적인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세태 속에서, 또 경제 불황으로 맞벌이가 늘어나는 현상 안에서 전반적으로 소공동체가 약화되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사회 변화를 거스르는, 말씀을 중심으로 한 소공동체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송경섭 신부(서울 신대방동본당 주임)는 “다양한 형태로 급속하게 가족이 변화해가고 있고, 청년층의 실업과 가계 부채로 인한 30~50대의 생활고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미래의 소공동체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공동체로의 패러다임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신부는 이와 관련 “고요함과 느림의 영신적인 소공동체의 탄생”을 제안했다. “교회가 광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 조류에서 벗어나 고요함을 되찾는 교육과 양성자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 총구역장 활동 사례를 통해 소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밝힌 김종식(요한보스코·서울 양재동본당)씨는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소공동체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김씨는 “좀 더 제도적으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교구의 의지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소공동체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밝히고 “새 구역장들의 심화 교육, 구역장 봉사를 서로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큰 현실에서 누구나 구역장을 선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배려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총구역장을 지낸 이기연(루시아·서울 창4동본당)씨는 “1년에 한두 번의 구역 미사나 사목자들의 구역 모임 참여로는 소공동체 모임 살리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봉사자 부족 및 봉사자 의식구조가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복음나누기에 대한 거리낌’ 등도 소공동체 모임의 역기능으로 밝혔다.
윤 요아킴 수녀(성가소비녀회)는 대부분 전업주부들에게 맞춰져 있는 시간,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이웃 개념이 사라진 세태 등을 예로 들며 소공동체 모임 확산의 현실적 어려움을 드러냈다. 윤 수녀는 “많은 여성 신자들이 대다수 맞벌이를 하는 여건에서 평일 오전 11시나 오후 2시에 하는 소공동체 모임은 직장인 여성 신자들에게 무관한 소공동체”라고 전했다. 또 “아파트 지역에서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들만의 공간을 소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어렵게 여겨 아예 소공동체 모임 자체를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교구 사목국장 조성풍 신부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신 모습에서 교회와 소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기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좋은 방안들이 논의되고 모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