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농, 교회 첫 상설 직거래 장터 마련
“생명 농산물 사고 도농 친교도 이뤄요”
매월 1·3주 주일마다 명동성당 일대서 열려
생산자-소비자 만남 통한 생명 농업 인식 확산
서울 명동에 우리농산물 상설 직거래 장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누구나 매월 첫째, 셋째 주일에 명동성당을 찾으면 건강한 생명 농산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교회 안에서는 처음 여는 상설 직거래 장터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조해붕 신부)는 6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두 차례 명동성당 들머리와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 직거래 장터를 펼친다. 특히 이 장터는 연중 이벤트성으로 한 두 차례 열던 장터와는 달리 매달 두 차례, 1·3주 주일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상설로 꼬박꼬박 열린다.
첫 장날인 6월 19일 명동 상설 직거래 장터는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던 신자들과 명동 거리를 오가던 일반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성황을 이뤘다. 이날 장터에 나온 생명농산물 생산자는 춘천, 수원, 청주, 전주, 서울대교구 등 5개 교구 20여 명 남짓. 이들은 손이 절로 갈 만큼 푸르른 양배추, 오이, 브로콜리, 쑥갓 등 채소와 과일들, 겨우살이, 접골목, 유근피, 건곤드레 등 나물류와 오미자, 도라지청, 도라지배즙, 오디잼과 오디청, 매실차, 감식초, 오미자 발효액 등 몸에 좋은 각종 무농약 및 유기농 1차 농산물들을 풍성하게 선보였다.
직거래라 소매상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생명을 살리는 농부들인 만큼 마음도 넉넉해 웃음 지으며 말만 잘하면 덤도 듬뿍듬뿍 얹어준다. 물품마다 백화점 못지않게 알록달록 예쁘게 포장까지 더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전 10시에 장이 시작됐지만, 정오 즈음엔 벌써 ‘완판’에 도달한 물품들도 있다.
공해와 환경오염이 심하고,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는 요즈음, 청정하고 건강에 좋은 생명 농산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 농업에 대한 인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서울 우리농이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상설 직거래 장터를 마련한 것은 생명농산물의 또 다른 판로를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더 직접적으로,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의 직접적인 만남의 자리를 통해 확산하려는 뜻이 더 크다.
장터 준비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이승현 신부(서울 우리농 부위원장)는 “우리는 ‘얼굴 있는 농산물’을 지향한다”면서 “직매장 등을 통해서도 생명 농산물을 만날 수 있지만 도시 소비자가 직접 농부의 얼굴을 보고 친교를 나눈다면 얼마나 뜻깊고 아름다운 광경이겠습니까”라며 장터가 만남의 자리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제 매달 1, 3주 주일에는 명동으로 장보러 나와도 될 듯하다. 장도 보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농부들과도 정겹게 만나는 시간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