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카스퍼 추기경 「가정에 관한 복음」 발간
“위기에 처한 현대 가정들… 교회가 품고 치유해야”
2014년 추기경단 임시회의 강연 토대로 구성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자비·가정교회 강조
“가정은 교회를 필요로 하며, 교회 또한 사람들의 삶에 존재하기 위해 가정이 필요합니다. 가정교회 없이 교회는 구체적 삶의 현실에서 제외됩니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또한 “이 때문에 교회를 가정교회로 이해하는 것은 교회의 미래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바탕이 된다”고 강조한다. 가정이 있어야만 사람들이 교회를 ‘집’이라 여기면서 드나들 수 있다는 말이다.
세계적 신학자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사목적 노력과 정신에 가장 잘 맞는 신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이 원활한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적극적으로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신학자로도 유명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2월 추기경단 임시회의 강연자로 카스퍼 추기경을 초대했다. 당시 강연은 2014년 세계주교대의원회(시노드) 임시총회와 2015년 본 총회에서 다룰 사목적 토론에 신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시도였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교부들이 현대 가정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을 돌아본 후 가정이 복합적이고 진지한 연구가 필요한 사안임을 재차 밝힌 바 있다. 이어 “현대 세계에서 가정의 소명과 사명에 관한 ‘사랑의 기쁨’은 ‘파레시아’로 이끄는 도전”이라면서 “대담하고 두려움 없이 가정에 관해 대화하라”고 강조했다.
‘파레시아’(parrhesia)는 진실의 용기, 즉 어려움이 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더 나은 결말을 위해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뜻한다. 카스퍼 추기경은 바로 이 ‘파레시아’로 이끄는 도전이 무엇인지 보다 정확하게 알리고자 「가정에 관한 복음」(이진수 신부 옮김/104쪽/7500원/바오로딸)을 썼다. 내용은 2014년 추기경단 임시회의에서 펼친 강연을 토대로 구성했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 강연을 펼친 2014년 2월 추기경단 임시회의.【CNS】
당시 카스퍼 추기경은 여러 해에 걸쳐 사목자들, 혼인과 가정 문제 상담가들, 그런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부부 및 가족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강연을 했었다. 강연 후 즉석에서 대화도 진행했다. 그러나 카스퍼 추기경은 속 시원한 처방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이끌어 내려면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책을 통해서도 카스퍼 추기경은 우선 “무엇을 위해 교회가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예를 들어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이성적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혼자가 된 이들이 자녀들 때문에라도 새 배우자가 필요해 새로운 출발을 했다면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카스퍼 추기경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문제는 ‘영성체 허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한다. 혼인 및 가정 사목 전반에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책에서는 창조질서 안의 가정, 가정 안에 있는 죄의 구조들, 그리스도교 구원계획 안의 가정, 가정교회로서 가정,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밝혔다. 현대 가정의 상황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위기에 봉착한 부부나 가정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