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 3년 간 살았던 곳, 현재 모습은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낡은 상가로 방치… ‘역사적 장소’로 보존 필요

향토사학자 구자룡 시인이 부천시 소사구 경인로에 있는 정지용 시인의 거주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지용(프란치스코, 1902~사망연도 미상)은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이면서 대표적인 가톨릭 시인이기도 하다. 6월 20일 탄생 114주년이 되는 정지용의 시와 행적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지만 그가 가장 힘겹고 암울했던 시절을 경기도 부천에서 보낸 사실은 아직도 소수 연구자와 문인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 베일에 가려져 왔다.
민음사에서 1988년 펴낸 최초의 「정지용 전집」과 2015년에 나온 서정시학 발행 두 번째 「정지용 전집」 연보에는 정지용이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서울에 내려진 소개령으로 부천군 소사읍 소사리로 가족을 데리고 이주해 1946년 서울 돈암동으로 다시 이사할 때까지 살았다고 기록돼 있다.
정지용이 부천에서 약 3년 간 거주했던 곳의 현재 주소는 부천시 소사구 경인로 316(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 89-14)으로 오래된 상가건물이 들어서 있다. 건물 벽에는 ‘여기는 한국 현대시의 큰 별인 정지용 선생이 가장 어두웠던 시대에 약 3년 동안 은거하면서 詩心(시심)을 키우던 곳입니다. 1993. 5. 30. 복사골문학회’라고 적힌 대리석 안내문이 보인다.
1989년 복사골문학회를 창립한 부천지역 향토사학자 구자룡(시몬·71·인천교구 부천 여월동본당) 시인은 “1988년 정지용 시인이 월북작가에서 해금되기 전 부천지역 원로로부터 소사동에 정지용이라는 인텔리가 살았다는 증언을 듣고 정지용의 장남 정구관(1928~2004)씨와 현지를 답사해 정지용 가족이 살던 2층 한옥집 자리를 고증했다”고 말했다. 구 시인은 정지용이 부천에서 거주하던 장소를 기념할 것을 부천시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복사골문학회 회원들의 모금으로 안내문을 설치했다.
구 시인은 “지금이라도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정지용의 부천 거주지에 흉상 건립과 문학관 조성 등을 서둘러 학생들의 견학장소로 가꿔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또한 「소사성당 반세기」를 집필한 경험을 통해 “정지용은 1946년 당시 노기남 주교와 미군정을 설득해 부천지역 최초의 본당인 소사본당이 1946년 4월 5일 설립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임에도 한국천주교회는 이 사실도 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