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왼쪽 세 번째)가 5월 28일 황석두 성인이 안장된 삽티성지 봉헌식을 주례하고 있다.
황석두 루카 성인이 안장됐던 삽티성지가 공식 봉헌됐다. 대전교구 하부내포성지(전담 윤종관 신부)는 지난 5월 28일 성인의 순교 150주년을 기념해 현양미사와 삽티성지 봉헌식을 거행했다.
삽티는 1866년 병인박해 때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한 황석두 성인이 안장된 곳이다. 황석두 성인과 함께 순교한 다블뤼 주교 등 프랑스 선교사 3명과 장주기 성인의 시신은 교우촌 신자들에 의해 인근 서짓골에 묻혔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충남 부여군 홍산면 상천리 현지에서 거행된 성지 봉헌식과 성인 현양미사에는 7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해 성인의 성덕을 기렸다.
유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삽티는 성인이 안장됐던 자리라는 의미 외에도 연풍에서 살던 성인의 가족이 이주해 신앙을 전파했던 곳”이라면서 “성인의 믿음과 삶이 뿌리내린 이곳의 성지 개발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황석두 성인의 시신이 삽티에 안장된 사실은 1922년 시복법정에서 성인의 종손녀 황 마르타가 증언하면서 확인됐다. 성인의 시신을 묻었던 양자 황천일과 조카 황기원은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순교해 그동안 정확한 안장지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삽티에서 박해시대에 매장됐던 성물이 발굴되자(1964년 5월 24일 본지 보도 참조) 교회사가들은 이곳을 황석두 성인의 시신이 안장된 지점으로 추정했다. 이날 봉헌된 삽티성지는 성물 발굴지에서 100여m 떨어져 있다. 성물 발굴지는 현재 한 문중의 공동묘역으로 조성돼 있다.
성지 담당 윤종관 신부는 “아쉽게도 오늘 봉헌된 삽티성지는 성인의 유해가 묻혔던 바로 그 자리는 아니다”면서도 “삽티는 성인의 후손들과 교우촌 신자들이 산 너머 도앙골 신자들과 왕래하던 통로로서 순례자들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신앙 선조의 신앙을 본받도록 하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사 후 참례자들은 삽티성지에서 도앙골성지까지 3.5㎞를 도보로 순례했다. 도앙골은 최근 가경자로 선포된 최양업 신부가 한국에서 첫 사목서한을 썼던 곳으로, ‘탁덕 최양업 시성기원비’가 세워져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