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일 인천 답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최기산 주교 장례미사에서 김희중 대주교가 고별예식 중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 서상덕 기자
갑작스레 하느님 곁으로 떠난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지상에서 거닌 마지막 걸음은 목자 잃은 슬픔을 안은 이들을 화합과 새로운 다짐의 길로 이끌었다.
최 주교의 장례미사는 6월 2일 오전 10시30분 인천 답동주교좌성당에서 장례위원장 정신철 주교(인천교구 교구장 직무대행) 주례,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 각 교구 주교단과 인천교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엄수됐다. 장례미사에는 유가족과 인천교구 각 본당 신자들은 물론 최 주교를 기억하는 타 교구 신자 등 4000여 명이 참례해 최 주교의 천상영복을 기원했다.
장례미사 강론을 맡은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는 “최기산 주교님과 저는 신학교 동기동창에 같은 날(1999년 10월 29일) 주교로 임명돼 늘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던 각별한 관계였다”며 “최 주교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유언을 남기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분의 유언은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였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최 주교님은 교구장 재임 중 학교와 병원 사업을 힘들어 하셨고 마무리를 못해 아쉽다”며 “정신철 주교를 중심으로 인천교구가 기도와 노력을 기울여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전달한 애도 메시지에서 “최기산 주교의 선종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최 주교의 영혼을 하느님 사랑에 맡긴다”고 말했다. 초대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도 최 주교가 하느님 품 안에서 안식을 누리기를 기원한다는 메시지와 최 주교의 영혼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겠다는 뜻을 미국에서 전해왔다. 또한 염수정 추기경은 장례미사 중 “훌륭한 목자로 살았던 최 주교님이 이제 십자가를 내려놓고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가 주례한 고별예식을 끝으로 최 주교는 수많은 추모객들의 기도와 눈물을 뒤로한 채 오랜 세월 정든 답동성당을 떠나 장지인 인천 당하동 인천교구 하늘의 문 묘원으로 향했다. 성직자묘역에서는 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 주례로 묘지예식이 거행돼 아쉬움 속에 고인을 떠나보냈다.
한편 최기산 주교 선종에 따라 공석이 된 인천교구장 직무대행으로 정신철 보좌주교가 선출됐다. 인천교구는 6월 3일 오전 교구 참사회를 열어 교회법 제419조와 제421조에 의거, 정신철 주교를 교구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고 6월 7일 밝혔다. 정 주교는 새 인천교구장이 임명될 때까지 교구장으로서의 의무와 권력을 갖고 인천교구를 이끌게 된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