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최근 첫 삽을 뜬 부산교구 ‘초량가정성당’ 조감도. 부산교구 전산홍보국 제공
부산교구가 교구 첫 본당인 부산본당(현 범일본당) 옛터에 전국 최초로 혼인전문성당과 가정지원센터를 겸할 ‘초량가정성당’을 건립하기로 했다. 5월 31일 오후 3시에는 부산시 동구 초량동 49-16 현지에서 교구장 황철수 주교 주례로 기공식을 거행했다. 완공은 2017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교구는 지역사회가 요청하는 소명적 사업에 대해 고민하다 이번에 초량가정성당 건립을 결정했다. 특히 지역 첫 성당 부지에서 123년 만에 지역사회를 위한 성당을 짓는다는 상징성도 갖는다.
초량가정성당은 특정 지역과 신자를 근간으로 하는 기존 본당과 달리, 소속 신자와 구역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교구 차원에서 각종 혼인예식을 비롯해 가정상담, 지역사회의 가정과 혼인을 위한 봉사 등 광범위한 가정지원센터로서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교구는 본당이 아닌 혼인전문성당만으로서의 운영은 전국 첫 사례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초량가정성당은 지역민에게도 문을 활짝 열기로 했다. 가정상담센터를 개방형으로 운영하면서 지역민의 가정 및 결혼과 관련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려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혼인예식이 없는 평일에는 각종 강연회와 문화행사 등을 열어 시민들을 수시로 초대할 예정이다. 초량가정성당 위치가 부산시 대중교통의 80%가 통과하는 교통 요충지에 선정된 것도 교구의 이 같은 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기공식을 가진 초량가정성당은 대지면적 1235㎡, 건축면적 959.6㎡, 연면적 3159.54㎡의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로 지어지게 된다. 지하에는 주차장과 기계, 전기실이 들어서고 지상에는 1층 다목적 강당과 사무실, 2층 성전과 집무실, 상담실, 3층 성가대석, 4층 사제관이 마련된다. 전통적 고딕건축 양식에 붉은 벽돌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유럽 성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는 건축사사무소 공감 그룹, 시공은 (주)세정건설이 맡았다.
초량가정성당 부지는 1893년 부산성당이 세워졌던 곳이다. 일제의 신시가지 설정 계획에 의해 위치 변경이 불가피해지자 부산성당은 1916년 초량동에서 범일동으로 이전하게 됐다. 이로써 교구 첫 성당 부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으나, 120여 년 만에 다시 가톨릭성당 터로 부활하게 됐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