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1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신관 대강당에서 ‘완화 돌봄, 연명의료결정 제도화 법률과 가톨릭교회’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용훈 주교가 총평을 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호스피스·연명의료결정법)이 올바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죽음의 의미’를 올바로 인식하도록 돕는 교육이 적극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를 통한 ‘사전돌봄계획’의 문화를 촉진하고, 가톨릭정신에 맞는 연명의료결정 관련 지침서를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제언들은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가 5월 21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신관 대강당에서 ‘완화 돌봄, 연명의료결정 제도화 법률과 가톨릭교회’를 주제로 펼친 세미나에서 발표됐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와 서울 생명위는 호스피스·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앞서 교회가 대처해야 할 문제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노력의 하나로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호스피스·연명의료결정법은 지난 2월 제정, 2018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교회는 법률이 호스피스 제도화를 포함하고, 영양과 수분공급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부분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과 사전연명의료계획서 지침이 미비한 부분, 의식 없는 환자의 의견을 가족들이 대신 결정하도록 규정한 부분 등에 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반 언론들이 이 법을 이른바 ‘잘 죽도록 하는 법’인 ‘웰다잉법’ 혹은 안락사의 한 형태인 ‘존엄사법’ 등의 용어로 호도하는 부분에 관해서도 개선을 촉구해왔다.
무엇보다 국내 호스피스 시설과 관련 사회·문화적 기반이 크게 부족한 현실에서 이 법률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은 교회뿐 아니라 사회각계에서 지속돼왔다.
이에 따라 세미나 기조강연에 나선 이동익 신부(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는 “법률이 밝히는 ‘완화 의료’를 ‘완화 돌봄’으로 수정하고 그 내용을 올바로 이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호스피스와 완화 의료 등을 포괄하는 ‘완화 돌봄’은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죽음을 올바른 의식을 통해 수용하도록 도와줌으로써, 평화로운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인간성 회복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올바른 ‘완화 돌봄’은 교회가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데에서 시작한다”고도 조언했다.
호스피스·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관심을 주제로 발표한 정재우 신부는 “이 법률의 실행은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를 통한 ‘사전돌봄계획’(advance care planning)의 문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 “특히 의료 행위의 윤리적 측면을 생각하고 공유하는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세미나에서는 최경석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와 김은배 수녀(마리아의작은자매회), 지영현 신부(서울 생명위 사무국장) 등이 호스피스·연명의료결정법의 쟁점과 향후 과제와 가정 호스피스, 올바른 시행 방안 등에 관해 발표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