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새 경제모델’ 주제로 브루니 박사 초청 강연
“기업가와 노동자 한마음 되는 게 공유경제”
환경보호·양심적 기업활동 등
‘공동선’ 추구하는 경제 운동
대전 ‘성심당’이 한국 대표사례

5월 21일 충남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산타마르타의 집에서 주례한 미사를 통해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 돈을 버는 기업주는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수익창출을 위해 생산비를 줄여야 하는 현대 자본주의 아래에서 값싼 노동력은 포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기업주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존재라는 사회적 정서가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가와 노동자가 서로 만나고 교감하는 삶을 시장경제 내에서 구현하는 새로운 문화가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바로 ‘공유경제’(Economy of Communion, EoC)다.
대전교구(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5월 21일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백마홀에서 ‘EoC,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모델’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에는 세계적 석학 루이지노 브루니(Luigino Bruni) 이탈리아 룸사국립대 경제학 교수가 초대돼 ‘EoC’에 대해 설명했다.
브루니 교수는 “한국의 GDP는 세계 13위이지만 행복지수는 58위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자본주의는 부유한데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못한 ‘행복의 역설’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정 정도의 소득액을 넘어서면 소득과 행복이 정비례하지 않고, 민주주의나 공동체, 환경, 가정 등 경제 외의 지표가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브루니 교수는 해결책으로 ‘EoC’ 경제모델을 제시했다.
‘EoC’는 포콜라레운동 창시자인 끼아라 루빅이 1991년 브라질 상파울로를 방문해 심각한 사회적 불균형을 목격한 뒤 제안한 새로운 기업경영 방식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나눔과 무상성, 그리고 상호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가와 노동자, 경영자와 관리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양한 차원에서 생산과 이윤창출에 참여하고, 함께 공동선을 추구하는 형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브루니 교수는 “EoC 기업은 적극적인 납세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 양심적 기업 활동, 현존하는 빈곤에 대한 직접적 개입을 추구한다”면서 “단순히 기업가의 운동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동체이며 그 안에 비즈니스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말 현재 840여 개 기업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이날 경연회에서는 대전 지역의 유명한 제과 및 외식사업체인 성심당이 한국의 대표적 EoC 사례로 소개됐다. 성심당은 매년 정직하게 납세하고 3개월에 한 번씩 수익의 15%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또 직원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의 20%는 EoC 기금을 적립해 지역사회와 나누고 있다. 성심당은 이를 통해 현재 81개 사회복지 시설에 매달 3000만원 어치의 빵을 기부하고 있다.
강연회를 주최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인사말에서 “모든 이가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EoC 운동이 한국에도 활발하게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강연회를 마련했다”면서 “많은 기업가들이 EoC 운동을 통한 공동선 실천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5월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도 같은 내용의 강연회가 진행됐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