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교구장 본당 사목방문 안내서’ 위한 워크숍
사목방문 ‘친밀한 만남의 장’ 돼야
사제·신자와 인격적 접촉 기회
사목자 활동보고 자리 오해도
본래 의미 찾는 인식개선 필요
교구장 주교 ‘사목방문’을 본래 의미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주교 뿐 아니라 현장에 파견된 사목자들과 신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목방문’(Visitatio Pastoralis)은 단순히 ‘사목순시’가 아니라 주교가 하느님 백성들과 보다 친밀하게 만나는 자리이고, 사제 및 신자들과 개별적이고 인격적으로 접촉하는 특별한 기회다. 하지만 한국교회 내에서는 사목방문이 이른바 관행적으로 실시되고, 그 본질을 올바로 인식하고 가르치는 기회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교회 사목지침의 핵심을 총망라하고 있는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에도 교구장 사목방문에 관한 안내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 이하 사목연구소)는 지난 2014년부터 ‘교구장 본당 사목방문 안내서’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연구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 당시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당부한 권고 등을 바탕으로 실천하는 사목 쇄신 노력의 하나로 더욱 관심을 모은다.
또한 사목연구소는 연구 과정의 하나로 5월 13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전국 각 교구 사목국장 등을 초청, 워크숍을 마련했다.
워크숍에서는 사도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목방문’이 어떻게 시행되고 변화됐는지, 오늘날 교회가 가르치는 ‘사목방문’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현행 한국교회 사목방문 실태는 어떠한지 짚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는 ‘교구장 주교의 사목방문에 대한 연구’ 발표를 통해 “한국교회에서는 사목방문이 무엇인지, 왜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근본적인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교구장의 노력 뿐 아니라 본당 사제들이 사목방문에 관한 개념을 정립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사목자들조차도 사목방문이 주교님들이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하느님 백성을 만나는 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본당 사목자가 사목 관할지 상황과 사목적 활동을 보고하는 자리로만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워크숍에서는 사목연구소가 실시한 ‘2015년 한국 천주교회 사목방문 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 교구의 사목방문은 보고와 평가라는 형식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목방문 중 주교와 신자들이 인격적으로 만나고 주교가 신자들의 소리를 경청하는 시간 또한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교가 직접 고해성사를 주는 등 영적 치유자로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모습도 일부 교구에 한정됐으며, 청년들과의 만남이나 병자 방문, 가정 방문 등을 기획한 교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원 신부(사목연구소 부소장)는 “각 본당 사목방문만 그 본질적인 정신대로 실천해도 교회 내 많은 부분에서 쇄신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사목방문 안내서 발간과 이를 위한 연구 등은 주교 임무의 쇄신 뿐 아니라 본당 사목을 교구 전체의 사목 비전 아래에서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지를 돕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