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중국 쑤저우교구 샤오헝탕본당 새 성전 봉헌식에 참석한 가회동본당 신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울 가회동본당 제공
한국과 중국의 본당 신자들이 순교자의 신앙을 기리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서울 가회동본당 주임 이승태 신부와 사목협의회 회장단, 신자 등 40여 명은 5월 2일 중국 쑤저우(蘇州)교구 샤오헝탕(小橫塘)본당(주임 양 타오용 요한 신부) 새 성전 봉헌식에 참석, 신앙 속의 우정을 나눔으로써 한중 신앙 교류의 본보기를 보였다.
두 성당은 모두 주문모 신부 등 한국과 중국의 순교자들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는 곳이다. 샤오헝탕본당은 한국 최초의 선교사인 주문모 신부의 고향에 자리하고 있다.
가회동본당은 주 신부가 조선 땅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한 곳이다. 주 신부의 사목활동을 도운 복자 최인길 마티아, 강완숙 골룸바의 집터도 인근에 위치한다.
새 성전 봉헌식 참례는 샤오헝탕본당 측 초대로 성사됐다. 가회동본당 신자들은 지난해 11월에도 샤오헝탕성당을 방문한 바 있다.
이날 미사는 오전 9시 쑤저우교구장 쉬홍젠(徐宏根) 주교 등 2명의 주교와 이승태 신부, 김병수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원종현 신부(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한국인 사제 3명을 포함한 40여 명의 사제가 공동집전했다. 참례 신자 수는 최소한 3000명에 달했다.
두 본당의 교류가 시작된 것은 2015년 4월, 샤오헝탕본당 신자들이 한국 성지순례 일정 중 하나로, 예고 없이 가회동성당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중국 순례단은 가회동성당과 주문모 신부의 순교지인 새남터성지를 순례하고 명동대성당 소성당에서 주 신부 순교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중국 신자들의 방문을 받은 가회동본당 측은 이 뜻깊은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서 11월 주임 이승태 신부와 회장단이 중국을 방문했다. 다시 한번 우정을 확인한 샤오헝탕본당은 한국 신자들을 새 성당 봉헌식에 초대했다.
총구역장을 맡고 있는 엄정자(히야친타·68)씨 역시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신자들이 새벽부터 봉헌식을 준비하고 참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권대남(클라라·60)씨는 특히 “성당 회의실에 주문모 신부는 물론 김대건 신부와 강완숙 골룸바의 초상이 함께 걸려 있었다”고 전하면서 “신앙의 역사를 공유하는 한국과 중국 교회가 앞으로 더 많은 교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태 신부는 “한국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주문모 신부의 출신 성당에서 중국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것은 너무나 감격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어 “박해 속에서도 주 신부와 최인길 마티아, 강완숙 골롬바 등 평신도들이 함께 희생적인 협력 관계 속에서 신앙을 지켰다”면서 “신앙 선조들의 열정과 모범을 한중 신자들이 함께 기리고 계승해서 꽃피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샤오헝탕본당 신자들은 오는 10월 말경 다시 가회동성당을 찾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