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교구 사제들은 교구 산하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의 최우선적인 연구 과제가 교회의 통일사목과 북방선교 방안이라고 밝혔다. 민족화해 및 통일 관련 전문가들은 연구소가 종교기관으로서 가톨릭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연구활동을 해야 하지만 과도하게 선교나 호교론, 자기중심주의에 빠지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소는 2월부터 4월까지 교구 사제들 및 민족화해, 통일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소 활동 방향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교구 사제 128명에 대한 자기기입식 설문조사와 24명의 관계 전문가들에 대한 ‘델파이 조사’ 등 두 가지로 진행됐다. 델파이 조사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질문을 실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추출하는 기법이다.
이번 두 가지 조사는 6월 공식 개소식을 앞둔 연구소가 설립 후 활동 방향 및 연구 사업 구상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받기 위해 마련했다.
사제단 조사와 델파이 조사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연구 영역은 교회 안팎의 과제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제들은 연구소의 우선적 연구 영역을 ‘교회의 통일사목 방안’(34.4%)이라고 보았다. 이어 ‘북방선교 방안’(28.8%), ‘남북통일 방안’(21.6%), ‘남남갈등 해소 방안’(20.8%)의 순으로 제시했다. 전체적으로 교회 안팎의 과제들이 각각 절반을 차지, 가톨릭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 전체의 흐름에 일치해야 한다는 제안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델파이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필요한 연구 과제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의 응답자가 교회 고유의 역할을 드러내는 연구 과제를 제안했다. 하지만 교회 울타리를 넘어선 연구에 대한 관심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국내를 넘어 동북아 지역 전체에서의 긍정적인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구 사제들은 접경교구로서 의정부교구의 연구소 설립과 운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연구소 운영에 있어서는 ‘명확한 정체성’(34.1%)과 ‘종사자들의 전문성’(23.6%)이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교구장의 관심’(19.5%)과 ‘교구 사제들의 관심’(13.8%) 역시 기본적인 요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제들은 접경 교구로서 타 교구보다 민족 통일과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 ‘매우 그렇다’(25.6%) 또는 ‘비교적 그런 편이다’(45.6%)라고 응답했다. 부정적인 응답은 5.6%에 그쳤다.
한편 델파이 조사에서 연구소의 향후 연구 과제로 제안된 주제들은 ‘동북아 평화’와 ‘남북 간 종교교류 및 남북 화해를 위한 종교의 역할’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또 종교 기구로서의 장점과 특징을 살리는 연구 영역과 과제를 설정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인력과 재원의 중복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의정부교구가 2015년 민족화해 및 통일사목 방안 모색을 위해 설립한 기구이다. 초대 소장을 맡은 강주석 신부는 미국 세인트토마스대학에서 ‘정의평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을 전공했다.
현재 교회 안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하는 곳은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산하 ‘통일사목연구소’와 서울대교구 ‘평화나눔연구소’ 등이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