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 산하 노인사목연구위원회 위원들. 현재 평신도 전문가 14명과 사제 1명이 활동하면서 고령화, 저출산 등 사회적 변화에 교회가 발빠른 사목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교구 노인사목연구위원회 제공
고령화된 사회, 더 고령화된 교회의 노인사목을 이끄는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대표담당사제 유승록). 그 저변에는 평신도 전문가 집단인 노인사목연구위원회(위원장 윤현숙)가 있다. 교회의 각 사목 영역마다 평신도 전문가들의 참여가 있게 마련이지만 위원회의 활동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2005년 노인사목부 설립 당시, 첫 담당사제 이성원 신부의 주도로 꾸려진 위원회의 위원은 총 12명, 절반 이상이 교육학 전공자이고 다른 위원들도 복지 등 노인 관련 전문가들이다. 10년이 넘었지만 대개의 위원들이 꾸준하게 활동해왔고, 현재는 평신도 14명과 사제 1명으로 보강됐다.
위원회가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것은 교육이다. 여흥과 취미 활동 중심의 노인대학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 30~40대 여성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12주 과정의 초, 중급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교재를 개발했다.
이어서 이른바 젊은 노인, 은퇴자들, 특히 남성들을 교회로 이끌자는 취지에서 2년제 ‘영 시니어 아카데미’를 염두에 두고, 일본과 대만 등의 노인사목과 복지 시스템도 견학했다. 2006~2010년 총 네 차례에 걸쳐 일본과 대만의 노인 교육 시설들을 다녀왔다. 노인사목연구위원회 위원들의 참여는 필수였고, 이미 2007년에는 영 시니어 아카데미의 문을 열어 둔 상태였다.
노인사목 관련 연구 및 학술 발표는 위원회의 가장 큰 성과다. 사목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시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열의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학술적 연구와 현장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위원회의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2007년 ‘노인사목 실태 및 욕구조사’와 관련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각종 교재를 만들고 노인대학 매뉴얼도 작성했다. 2010년에는 노인인식 개선 심포지엄을 열고, 2011년에는 780쪽 분량의 「노화, 영성, 종교」(소화출판사)를 공동 번역했다.
이후에도 거의 매년 노인사목 쇄신, 노인 자살 등의 학술 연구와 발표회를 마련해왔다. 올해만 해도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촉으로 고령화 세미나를, 내년 봄에는 고령화를 주제로 한 사제연수를 서울대교구에서 진행한다. 최근에는 ‘노인 주일학교’의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
위원회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노인사목의 고유한 정체성의 모색이다. 노인, 노쇠, 고령화에 대한 종교적 의미를 현대적 언어와 사고로 제시하는 것이다. 교회와 신앙만이 말할 수 있는 노화의 의미를 정리하는 일은 노인사목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다. 이를 위해서 위원들 스스로 교회 문헌들을 정밀하게 익히고 있다.
두 번째 실질적인 고민은 “어떻게 하면 본당 사목자들에게 노인사목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관심을 불러일으켜 실질적인 참여로 이끌 것인가”이다. 교회 안에서 노인사목은 아직 초보적 단계이고, 본당 사목자들의 관심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윤현숙(체칠리아·58·서울 서초동본당·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위원장은 “교회 전체가 아직 고령화나 저출산 등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적어도 10년 안에 부정적 의미에서의 새로운 변화가 한국 사회 안에 도래할 것을 인식하고 교회가 이에 대한 대안을 앞서 모색하려는 의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