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1일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설립 70주년을 맞아 마련한 심포지엄에서 총장 양기희 수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총장 양기희 수녀)가 올해 설립 70주년을 맞아 4월 11일 서울 청파동 총원에서 창설자 무아 방유룡 신부의 영성을 돌아보는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심포지엄은 ‘무아(無我) 영성, 세상 한가운데로!’를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교회의 순교 역사와 순교정신, 민족 주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수도회의 영성이 보편교회의 수도 영성과 상통하면서, 나아가 보편교회의 복음화 노력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성찰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장이다.
보편교회 수도공동체로서의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심포지엄은 진교훈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3개의 주제발표로 진행됐다. 첫 발제를 맡은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는 ‘無我 방유룡 신부 영성과 보편교회 수도회 영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특히 전 신부는 이번 발표에서 방 신부의 영성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지향하는 보편교회 수도회 영성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전 신부는 “방유룡 신부의 영성의 핵심인 점성정신, 침묵, 대월, 면형무아는 하느님의 창조질서인 물리학, 화학, 생물학 법칙을 기반으로 한 인간 몸과 마음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고” 또한 “보편교회의 영성과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분의 영성을 따라 살아가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오늘날 이렇게 성장하여 번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분의 영성이 생명을 살리는 영성”임을 증명한다면서 “한국에서 설립, 보편교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수도회로서 이제 인류 전체를 염두에 두고 영성을 키워가고 활동해 나가겠다고 다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녀 데레사와 면형무아의 삶, 내적 평화
박현찬 신부(가르멜수도회 성요셉 한국관구)는 ‘내적 평화, 성녀 예수의 데레사와 무아 방유룡 신부’를 주제로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섰다.
박 신부는 이 발제를 통해 방유룡 신부의 영성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하느님과의 일치와 합일로 도달하는 내적 자유와 평화를 제시한 대 데레사 성녀의 영성과 공통된다는 것을 여러 측면에서 제시했다.
발제자에 의하면, 방유룡 신부의 영성에서 평화는 “수덕생활의 여정을 지나면서 참된 자유의 과정을 통과해 참된 ‘무아’에 이르렀을 때” 가능한 것이다. 즉 참된 평화는 “완전한 면형무아의 삶에 이르렀을 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데레사 성녀가 강조한 ‘내적 평화’ 역시 “오랜 투쟁 후에 하느님께로부터 주어지는 선업의 결과와 상태, 그리고 은총”이다.
두 사람은 완전한 평화를 비유와 상징으로 자주 표현했는데, 특히 공통적으로 사용했던 번데기와 나비의 비유는 인간이 하느님 안에서 체험하는 변모의 과정을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다.
무위적 선교영성의 요청
마지막 발제에서 김병수 신부(한국외방선교회)는 “무(無)의 개념에서 본 무아 방유룡의 사상과 선교에의 적용”에 관해 성찰했다. 김 신부는 방유룡 신부의 ‘면형무아’의 영성에 바탕을 둔 선교는 보편교회 안에서, 특별히 선교의 정신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21세기에 요청되는 ‘무아적이고 무위적인 선교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선교적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그리스도와 동일한 방법으로 봉사와 순명, 자기비움을 통해서 성취해야 한다”면서 “면형무아적 선교는 오로지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드러내는데 중점을 두는 선교를 말한다”고 전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면형무아’의 실체는 선교의 본질에 연결되고 실현되어야 한다. 성체는 선교사의 영적인 밥이다. 온전히 자아를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성체처럼 선교사들 역시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자신의 문화, 생활방식, 사고방식을 떠나 다른 민족들에게 새로운 생명으로 먹혀져야하는 것이다.”
■ 방유룡 신부의 영성은…
무아 방유룡 신부의 영성을 구성하는 3가지 사상은 점성(點性), 대월(對越), 면형무아(麵形無我)이다.
먼저 ‘점성’이란 영성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무(無)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 무를 가장 닮은 것이 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점은 선, 면, 부피, 모양의 시작이요 마침이면서도 다른 모양과 형상에 숨어 자신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대월’은 영혼이 모든 것을 떠나 하느님을 대면하고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영혼이 누리는 경지를 말한다. 수도생활이 곧 대월생활이며, 하느님과 더불어 사는 삶을 말한다.
또한 ‘면형무아’는 성체 축성으로 밀떡의 실체는 없어지고 형상만 남은 면형에 그리스도께서 오시어 면형이 성체가 되듯, 나의 인간적인 본성이 없어진 무아(無我)에 하느님께서 오시어 하느님과 인간 존재가 하나가 됨을 의미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