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산하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임강택)는 3월 31일 오후 서울 명동 대교구청 5층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의 길을 모색하다’를 주제로 창립 1주년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으로 남북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색된 상황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기조연설에서 용서 없는 화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화해 없는 한반도 평화는 불행하고 불완전하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어 “한반도의 평화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그리스도인들은 평화를 향한 하느님의 긴박한 부르심에 모두 용기를 내서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 발표는 가톨릭대학교 박정우 신부, 창원대 도진순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서보혁 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상임공동대표가 맡았다.
한국교회에 사회교리를 보급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 온 박 신부는 ‘가톨릭교회의 평화 영성과 실천’ 주제 발표에서 ‘무장해제는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무기를 제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성 요한 23세 교황의 말을 인용한 뒤 “평화의 선물을 받을 준비로서 마음 속의 증오와 불의, 완고함, 이기심을 버리고 용서와 화해, 겸손과 헌신, 사랑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이어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평화는 단순히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갈등을 해소한 상태가 아니라 영적인 삶 안에서 얻어지는 내적인 평화”라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정의와 평화, 조화와 안정, 사랑과 연대로서의 평화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보혁 교수는 ‘평화학의 이론과 실제’ 발표를 맡아, 남북 통일의 바람직한 형태에 대해 “통일이 흡수통일 등의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면 통일을 당하는 쪽 사람들은 차별과 배제와 같은 구조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통일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통일폭력론’은 역설적으로 통일은 평화적이어야 하고 통일된 한국은 평화를 추구해야 함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이장희 대표는 ‘평화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에서 남북 경색 국면을 초래한 당국자들을 비판하면서 “정부 당국은 적절한 시기에 ‘5.24 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 가동 중단 철회를 위해 무조건 남북한이 만나 교류협력을 하겠다는 용기 있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남북이 이미 이뤄놓은 그간의 합의 성과물을 기초로 ‘평화통일 로드맵’을 다시 합의하고 민족과 국제사회에 공개적인 실천 선언과 협조를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평화나눔연구소는 2014년 8월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전한 평화 메시지를 실천에 옮기고 민족화해와 북한 복음화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창립됐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