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제기
“기본권 침해하고 정부 의무 포기하는 명백한 위헌”

지난 3월 8일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비비안나·가운데) 할머니가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시민참여센터 제공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난해 이뤄진 한일 정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가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3월 27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9명과 사망한 할머니 8명의 유족을 대리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냈다고 밝혔다.
민변은 “정부가 이번 합의로 할머니들이 일본에 대해 배상청구권을 실현하는 것을 봉쇄하는 등 헌법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할머니들은 재산권,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국가로부터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고 이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부 합의는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정부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자 피해자들이 갖는 불가침 기본권을 침해한 ‘정치적 타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한국 정부가 일본에 의해 자행된 불법행위에 대해 자국민들이 배상청구권을 실현하도록 협력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민변은 한일 합의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배제된 것도 피해자의 절차적 참여권과 알 권리를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이번 합의가 ‘피해자 중심’이라는 접근방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최근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일본이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 설립에 10억 엔을 지원하는 대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합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엔에 “위안부 강제연행은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내는 등 합의 이전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선실(데레사) 공동대표는 “언론에 따르면 한일 양국이 합의안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실무 논의를 중단하고 합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재발방지를 목표로 정의롭게 해결돼야 하지만 한일 합의는 그렇지 못했으므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피해 할머니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