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 사전/1176쪽/3만5000원/가톨릭출판사
“교회법은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를 통치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법들과 달리 무언가를 강제하기 위한 족쇄가 아니라, 영혼의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신자 생활 지침서입니다.”
때문에 교회법은 일부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신자 개개인이 교회법의 정신을 알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교회법학자 이찬우 신부(인천교구 상동본당 주임)는 예를 들어 “신자들도 단순히 교
회법에 따라 주일을 안 지키면 벌을 받는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교회법이 밝혀주는 바를 명확히 알아 주일을 어떤 마음자세로 지켜야 하는지를 체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교회법 사전」을 편저한 것도 “교회법은 나와 관계없는, 또한 일상과는 동떨어진 학문처럼 인식하는 태도를 넘어서, 누구든 보다 쉽게 교회법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자” 내놓은 결실이다.
이찬우 신부가 편저한 「교회법 사전」은 우리말 「교회법전」이 발간된 후 한국교회가 처음으로 갖게 된 교회법 해설 사전이다. 아시아 지역 교회에서 모국어로 발간된 첫 사전이기도 하다.
지난 1983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헌장과 교령을 수렴해 개정한 교회법전을 반포한 바 있다.
총7권 1752조로 구성된 이 교회법전은 1989년 우리말로 번역됐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그 내용에 관해 풀이해주는 우리말 참고 도서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이 신부는 10여 년에 걸쳐 교회법 사전 집필에 힘을 기울여왔다.
이 신부는 이번 사전에 총 485개 항목에 관한 풀이를 엮어냈다. 그 중 285개 항목은 이 신부가 직접 집필했고, 120개 항목은 이탈리아 교회법 사전의 내용을 우리말로 옮겨왔다. 이어 80개 항목에 관한 설명은 교회법을 전공한 한국 사제 9명이 덧붙였다.
내용도 단순히 법 규정에 관한 주석 수준을 넘어 해설 대상의 어원과 개념부터 명확히 담아, 사실상 교회법 사전이라기보다 ‘교회 사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예를 들어 ‘가톨릭교회’를 해설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회의 순수한 법적 자격’은 물론 ‘교회의 개념’, ‘구원의 성사로서의 교회’, ‘공동체와 사회로서의 교회’ 등에 관해 조목조목 풀어주고 있다. ‘견진성사’에 관해서도 교회법적 정의만 밝힌 것이 아니라, 왜 견진성사가 생겨났는지, 왜 주교만 주례를 했고 또 이제는 왜 사제도 주례할 수 있게 됐는지 등등의 참고 자료를 풍성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신부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 사회 여건 등을 고려해 준용하는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와 「한국 교회의 보완법 규정」을 비롯해 교회법 개정 이후 반포된 각종 문헌 및 교황청의 조직 변화 내용 등도 이 사전에 정리해 넣었다.
특히 각 참고 문헌에는 외국 문헌들뿐 아니라 교회법을 전공한 한국 사제들의 저서와 신학 잡지 등에 게재된 논문들도 함께 실어, 보다 폭넓은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신학교 교수이자 교회법 관련 서적 저자로 활발하게 활동한 이력과 개정된 교회법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 위원,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및 「한국 가톨릭 대사전」 편찬 위원 등으로 활동했던 역량을 총체적으로 활용해 편집, 저술한 책이다.
이 신부는 “지침이라는 것은 알고 지키는 것과 모르고 지키는데 차이가 있다”면서 “신자들이 교회법을 ‘법’이라기보다는 ‘신앙생활의 나침반’으로 인식하고, 교회법학의 보다 깊은 연구와 발전을 위해 이 사전이 다양하게 활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