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를 발표, 한국 교회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병인박해의 순교 역사를 기억하고, 교회와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라 살아가도록 권고했다.
주교회의는 병인순교 성인 5위(다블뤼 주교, 황석두 루카, 위앵 신부, 오메트르 신부, 장주기 요셉)의 순교일인 3월 30일에 이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특히 교서를 통해 신앙 선조의 순교정신이 우리의 삶 안에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사랑의 증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애덕 실천 ▲자비로운 공동체 형성을 실천사항으로 제안했다. 주교회의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선의와 경험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면서 “이러한 자세가 없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셈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교회의는 올해가 병인순교 150주년인 동시에 자비의 희년 기간임을 환기하고, “올 한 해 동안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들의 삶을 비추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길로 이끄시도록 의탁할 것”도 당부했다. 이어 하느님을 떠난 이들이 하느님과 화해하고 용서와 만남의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봉사해 달라고 권고했다.
지난 1966년 100주년 기념 사목교서의 뜻을 이어 한국교회 차원에서 발표한 이번 사목교서는, 한국교회가 겪은 박해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고통의 십자가가 얼마나 큰 은총과 영광으로 이어지는지를 깨닫게 하는 순례의 시간들”이라는 의미도 밝히고 있다.
주교회의는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이하여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분들 특히 무명의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오늘날에도 묵묵히 신앙을 증거하는 분들을 보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주교회의는 이벽 세례자 요한, 김범우 토마스 등 박해로 희생된 신앙 선조들
을 언급하고, 이들에 대한 우리의 기억과 존경이 이미 추진 중에 있는 하느님의 종 133위의 시복으로 이어질 기원했다. 한국교회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한 선교·수도회와 한국 전쟁 시기에 순교한 선교사들, 평양교구의 순교자들, 근·현대 순교자와 증거자들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특히 주교회의는 북한교회에 대해 “70년간 지속되어 온 침묵의 북녘 교회가 신앙의 자유를 하루 빨리 되찾고, 헤어지고 갈라진 형제들이 서로 용서하고 진정한 일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