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예수님은 무슨 일을 하셨을까.
부활 이후 예수님 일화는 성경에 잘 나타나있고,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경의 장면을 성미술로 표현해왔다. 교구 곳곳에 있는 성미술을 통해 부활한 그리스도의 행적을 따라가보자.
부활하시다
복음서에 따르면 부활 순간을 직접 목격한 이는 없다. 제자들은 이미 시신이 없는 빈 무덤을 보고 예수의 부활을 알게 된다. 성남대리구 분당성요한성당 1층부터 5층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타일벽화 ‘구원의 역사’에는 마르코복음에 묘사된 이 장면이 잘 나타나있다.
벽화 왼편에는 동굴처럼 생긴 무덤이, 오른편에는 검은 두건과 옷을 걸친 세 여인이 있다. 그리고 무덤 안에는 새하얀 형상의 사람이 앉아있다.
세 여인은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이들이 예수의 시신에 향료를 바르기 위해 안식일 다음날 해가 떠오를 무렵 예수의 무덤을 찾았다고 전한다.
무덤 안에 앉아 있는 이를 언뜻 예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예수가 부활한 사실을 전하는 이다. 마르코복음에서 이 ‘하얗고 긴 겉옷을 입은 젊은이’는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고 알린다. 이 젊은이는 마태오복음에서는 ‘천사’로, 루카복음에서는 ‘눈부시게 차려입은 남자 둘’로 묘사된다.
그런데 벽화의 여인들은 예수 부활 사건을 가장 처음 맞이한 여인들이라기엔, 얼굴에 ‘기쁨’보다는 어두운 그늘이 보인다. 그 이유는 복음서가 설명해준다. 여인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면서 달아났던 것이다.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다
안양대리구 벌말성당 제대 왼편 유리화에는 식탁에 마주 앉은 세 사람이 음식을 나누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부활한 예수가 두 제자에게 나타난 모습을 그린 유리화다.
유리화는 두 제자가 엠마오에서 예수를 알아보는 장면을 보여준다. 두 제자는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오는 길에 예수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를 알아보지는 못하다 함께 식사를 할 때서야 예수를 알아본다.
유리화는 둥근 식탁 앞에 앉아있는 두 제자와 예수를 그렸다. 둥근 후광(後光)을 지닌 인물이 부활한 예수다.
유리화 속 예수는 손에 빵을 들고 있다. 복음은 예수가 식탁에 앉아 빵을 들고 찬미한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눠준 순간 제자들의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봤다고 이야기한다.
두 제자의 표정은 나타나지 않지만, 그 몸짓이 감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유리화의 두 제자는 서로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하고 말하는 듯하다.
예수님과 토마스
예수를 만난 제자들은 다른 제자들에게 예수의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마르코 복음사가는 제자들이 그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고 말한다. 믿지 않는 제자들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예수님과 토마스의 일화다.
요한 복음사가는 토마스와 예수님의 만남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원대리구 영통성령성당 대성전의 문 양쪽에는 마치 상대방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는 듯 펼쳐 보이는 손 조형물이 있다. 그리고 양손 중앙에는 찔린 듯한 깊은 상처, 곧 못 자국이 뚜렷하게 새겨져있다.
토마스는 예수의 손에 난 못 자국을 보고 그 자국에 손가락을 넣어보지 않으면 예수의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 여드레 뒤 토마스와 다른 제자들이 모인 곳에 예수가 나타났다. 예수가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라고 말하자 토마스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대답했다.
영통성령성당의 못 자국이 난 예수의 손 부조에서는 마치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예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예수님과 베드로
평택대리구 미양성요한마리아비안네성당 제대 오른편 유리화는 예수와 베드로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유리화에서 예수는 오른손으로 베드로에게 열쇠를 건네면서 다른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사실 성경에는 부활한 예수가 베드로에게 열쇠를 전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겠다고 말한 것은 수난 이전, 베드로가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고백했을 때다.
이 유리화 속 예수는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천국의 열쇠를 성 베드로에게 돌려주는 예수’ 작품과 닮아있다.
부활한 예수는 닭이 울기 전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베드로에게 세 번에 걸쳐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베드로는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라고 대답한다. 베드로의 대답을 들은 예수는 “내 양들을 돌보아라”고 말한다. 이 장면을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돌려주는 모습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나를 따르라.”
유리화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예수의 손짓이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말과 교차된다. 우리가 따라야 할 분, 바로 부활한 예수가 세상이 아닌 하느님 나라에 속해 있기에, 우리 역시 그에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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