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장발장’들에게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희망을 대출해온 장발장은행(은행장 홍세화)이 2월 25일로 설립 1주년을 맞았다.
1년 전 첫 모습을 드러낸 그날처럼 25일 저녁에도 장발장은행 대출심사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꼭 스무 번째 열린 대출심사 결과, 강인범(이하 가명·67·서울)씨에게 150만 원을 대출해주기로 한 것을 필두로, 민용욱(34·대구)씨에게 300만 원, 박상원(43·세종)씨에게 30만 원, 박유빈(32·전남)씨에게 150만 원, 배영기(23·경북)씨에게 300만 원, 이승환(22·인천)씨에게 300만 원, 한영남(37·경남)씨에게 200만 원 등 모두 14명에게 2780만 원을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대출 신청을 해온 이들의 지역도, 나이도, 국적도,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가난으로 빚어진 아픔이 많다는 뜻이다.
가난 때문에 벌금을 감당하지 못해 감옥에서 노역할 수밖에 없는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이자로 벌금을 대출해온 ‘장발장은행’의 지난 1년은 나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모두 20회에 걸쳐 327명에게 6억1868만7000원이 대출됐다. 이 가운데 대출금 전액을 상환한 사람만 14명(1360만 원)이고, 대출금 상환을 진행하고 있는 이도 130명이 넘는다. 이들이 갚은 상환금은 8796만3000원에 달한다.
사랑과 믿음이 밑거름이 됐을까, 그간 적잖은 결실도 거뒀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일명 ‘장발장법’이라고 불리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500만 원 이하 소액의 벌금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게 만든 게 대표적이다.
또한 경찰청은 올 3월부터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을 줄여주는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전국 경찰서의 5분의 3 수준까지 확대 시행하기로 해 현대판 ‘장발장 구하기’에 힘을 보탰다.
장발장은행의 재원은 전액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마련된다. 지금까지 2458명의 개인, 기관, 단체, 교회, 사찰 등에서 5억4479만8691원의 성금을 보내왔다.
은행 고문은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은행장은 홍세화 ‘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이 맡고 있다. 운영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임용환 신부, 안규리(아기 예수의 데레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등 10여 명으로 이뤄진 운영위원회에서 맡는다. 대출심사는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광릉본당 주임), 인권연대 오창익(루카) 사무국장 등 7명으로 구성된 대출심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대출심사위원인 오창익 국장은 “억울한 이유로 교도소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은행은 자연스레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문을 닫는 날이 되면 가장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은행이 하루빨리 폐업하길 바라는 이들의 바람이 오늘도 ‘장발장은행’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문의 02-749-9004, 후원 388-910009-34004 하나은행(예금주 장발장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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