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다드 후아레스 멕시코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2~17일 5박6일간 멕시코를 사목방문하면서 마약과 범죄, 차별과 착취로 고통 받는 멕시코 국민들을 위로하고 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시종일관 낮은 이들과 함께 했던 교황은 멕시코의 정치인과 주교단 등 특권층에게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으며, 차별받는 원주민과 착취당하는 이주민들은 감싸 안았다.
교황은 멕시코에 입국한 2월 12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관료를, 13일에는 주교단을 만나 부패와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로 얼룩진 사회에 진정한 정의 구현을 촉구했다. 이어 마약거래, 납치, 조직폭력, 성범죄 발생 등이 일상화된 빈민 밀집 지역인 에카테펙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이들을 위로했다.
낮은 곳을 향한 교황의 행보는 이에 멈추지 않았다. 교황은 멕시코의 오랜 사회 문제로 꼽히는 원주민에 대한 배척과 차별 문제에도 일침을 가했다. 교황은 15일 남부 치아파스 주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그동안 인디오들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사회에서 배척당했다면서 “우리가 양심을 성찰하고, ‘용서해 달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 이들에게 사죄를 청하자”고 당부했다. 치아파스는 과거 마야 문명의 중심지였지만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한 곳으로 전락했다. 가톨릭 신자 비율도 멕시코 내에 가장 낮은 60% 수준이다.
교황의 멕시코 사목방문의 하이라이트는 17일 멕시코와 미국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열린 ‘국경 미사’였다. 시우다드 후아레스는 ‘살인의 수도’로 악명 높은 곳으로, 미국으로 넘어가려는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 통로로 유명하다.
교황은 이날 이민자들이 겪는 고통을 위로했다. 이민자들과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인도주의적인 위기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착취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황은 “강압적인 이주(forced migration)라는 인도주의의 위기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라고 경고하며, “이민자들은 부당한 대우와 폭력, 마약의 굴레에 빠져 박해받고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이들을 죽음으로 내 몰지 말고 더 이상 이들을 착취하지 말아 달라”면서 “자비의 희년을 기념하는 이때 예언자 요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니네베 사람들처럼 절규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해 주님께 회심과 자애로운 눈물을 청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장면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국경을 흐르는 리오그란데 강 건너 미국 엘패소에서도 생중계됐다.
미사에 앞서 교황은 재계 지도자들과 노동계 대표들을 만나 ‘공동선’ 증진을 위해 상호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들을 따뜻하게 품어줬다.
한편, 교황은 로마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멕시코-미국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을 막겠다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를 비난했다. 교황은 트럼프를 겨냥해 “다리가 아닌 장벽을 세울 생각만 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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