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님은 저 옷밖에 없나요?” “교황님은 저 옷만 계속 입는 거예요?” “다른 옷은 안 입어요?”
아이들의 눈엔 늘 흰 옷만 입고 나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질문이 계속 쏟아지자 교사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너희들이 교황님께 옷을 선물한다면, 어떤 옷을 드리고 싶니?”
어른들이었다면 다소 엉뚱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을 터. 하지만 아이들이 곧바로 새로운 옷을 그리기 시작했다. 교황님께 전하고픈 말도 열심히 써내려갔다.
축구 유니폼, 의사 옷, 요리사 옷, 광대 옷 등이 등장했다. 교황님은 만능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천진난만한 모습들이다. 날개 달린 옷, 기도하는 옷, 웃는 옷도 그려냈다. 시원한 나무 그늘과 투명 옷, 티셔츠와 반바지, 청바지와 조끼 등을 그린 어린이들도 꽤 많았다.
“날개 달린 옷이에요. 교황님이 천사 같아서요.”
“교황님께서 입고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긴 옷은 밟을 수 있잖아요.”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그리고 “나눌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알게 해주는 발표를 하고 있어요”라는 설명을 덧붙인 그림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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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데레사 유치원 어린이가 ‘날개 달린 옷’이라고 설명을 붙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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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하는 옷이에요. 옷에 십자가가 있어요’
풍부한 상상력과 표현력뿐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생각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깊이 있는 생각과 따스한 사랑이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아이들이 저마다 내놓은 질문과 개성만점 답은 어른들의 굳어진 생각과 마음도 정화해준다.
수원 데레사 유치원 어린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그린 이 그림들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했다. 어린이들이 직접 쓴 손편지 한 귀퉁이에는 김혜경 교수(대구가톨릭대)가 이탈리아어 번역 내용을 붙여줬다. 그림과 편지를 선물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이들이 “참된 믿음의 친구이신 예수님을 항상 따르며 그분과 함께 ‘사랑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답했다.
이 어린이들의 그림과 편지들은 최근 그림편지책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153쪽/1만8000원/이유출판사)로 엮어졌다.
특히 각 그림의 내용과 아이들의 내면을 풀어낸 해설이 눈길을 끈다. 어른들의 획일화된 시각으로만 아이들의 그림을 재단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미처 보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씀씀이와 숨은 장면들을 차근차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안내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글이다.
그림해설을 덧붙이고 이 책의 출판을 기획한 이민씨는 작가가 아니라 건축가이다. 그는 유치원 설계를 하면서 아이들의 세계를 엿보게 됐고, 이후 어린이들의 깊이 있는 세계를 책에 담아내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이씨는 “누구든 아이들의 그림과 편지를 보면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건 아이들의 맑고 건강한 생각과 바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른들도 이 책을 통해 저마다의 해답과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