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들은 정결함, 가난함, 순명이라는 복음권고를 실천해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현존을 증명해야 할 중요한 임무를 지닌다. 수도자들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축성생활의 고유하고 신학적인 의미를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따름과 본받음」(424쪽/2만5000원/도서출판 형제애) 저자 백남일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복자사랑 피정의집 원장)는 수도자들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백 신부는 “축성생활 신학을 공부하면서 축성생활의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는 결국 ‘따름’과 ‘본받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따름’은 예수님의 등 뒤에서 걸어가는 것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내적인 결단과 실제적인 행위를 수반하는 외적인 여정이다. 반면 ‘본받음’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생활 모범으로서 예수님 삶의 특징을 재현하려는 윤리적·신비적 노력을 강조한다.
책은 따름과 본받음이라는 두 용어에 대한 신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따름과 본받음이라는 두 용어를 대립되는 것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따름’이라는 수도생활의 근본적인 이상에 수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은 수도생활에 대한 전통과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그리스도론적인 해석을 시도하며 크게 4개의 주제에 따라 전개된다.
첫 번째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표현인 ‘따름’과 파스카 사건 이후 예수님과 그리스도인의 관계를 규정하는 ‘본받음’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의미를 살펴본다.
두 번째는 ‘그리스도를 따름’에 대한 영성과 전통을 개괄적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수도회사 전체를 아우르기보다는 대표적인 수도회 안에서 드러난 수도생활의 근본 요소를 다룬다.

▲ 수도자들은 정결, 가난, 순명을 실천해 그리스도의 현존을 증명해야 할 중요한 임무를 지닌다. 저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축성생활 신학을 통해 수도자들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해설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세 번째는 교회의 가르침들에 나타난 수도생활 안에서의 ‘그리스도를 따름’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등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교황 권고 「봉헌생활(축성생활)」의 가르침에 나타난 수도생활 근본 요소인 ‘그리스도를 따름’에 대해 검토한다.
이 같은 주제를 통해 수도생활의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해석들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수도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다시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백 신부는 “축성생활 신학이 아직 한국교회에서 뿌리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책을 통해 축성생활자들은 물론 평신도들도 축성생활의 본질을 잘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